미래 불안감 '최고조'…파운드리·M&A 기대감 반납
불안 부추긴 새 리더십…'보신주의' 이미지만 각인
이사회? 오너? 불명확한 체계 속 조용한 이재용 부회장
전장은 넓고 파고는 높은데 '뉴삼성' 의문도 여전
결국 별동조직 ‘사업지원TF’의 움직임에 눈길 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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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장기 우하향하고 있다. 미래 경쟁력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은 어느 때보다 높다. 올해 출범한 삼성전자의 새 리더십은 이 같은 우려의 주범 격으로 몰리고 있다. GOS(게임 최적화 서비스) 사태는 기존 사업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고, 비메모리 반도체 1등 목표는 내부 직원마저 공감하지 못하는 공염불로 비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불과 수개월 전 새로운 비전 '뉴삼성'을 직접 발표했던 이재용 부회장은 보이지 않는다. 아직까진 이 부회장이 공식적인 활동을 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의견들이 많다. 결국 이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될 사업지원TF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에 다시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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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들어 삼성전자 주가는 수차례 1년 중 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 15일 6만7000원선이 깨진 뒤 보합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주가가 '67층' 아래로 내려간 건 2020년 11월 이후 약 17개월만이다. 당시 주가는 고공행진 중이었으나 지금은 전형적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고가를 기록한 작년 1월 이후 주가를 보면 하락 곡선은 가팔라지고 있다.
반도체 기업 전반의 주가가 부진한 때지만 유독 삼성전자를 두고 한숨 섞인 반응이 늘어나고 있다.
숫자로 봐선 삼성전자 주가 부진을 이해하기 어렵다.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삼성전자는 여전히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이전부터 그래왔고 지금도 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를 논할 땐 메모리 반도체 업황을 살핀다. 최근 경기둔화 우려로 회복세를 보이던 업황이 주춤하긴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으로 업황과 무관하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해냈다. 최근 1분기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현시점에서 삼성전자에 대한 우려는 결국 원래 1위인 메모리를 뺀 나머지 사업의 미래 경쟁력에 대한 물음표가 더 커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 주가 급등은 메모리 반도체 사업 가치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에 대한 기대감 덕이었다.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하며 정체해 있던 매출액이 큰 폭으로 뛰게 될 것이고, 메모리 중심 기업 가치도 재평가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논리였다. 때맞춰 등장한 M&A 예고도 기대감을 부추겼다.
당시 반영됐던 기대감은 이후 1년 동안 하나씩 차례로 반납하게 된다. 수년간 230조원 안팎에 머물던 매출액이 지난해 말 약 280조원까지 불어나긴 했지만 TSMC와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텔까지 파운드리에 재진출을 선언하며 오히려 위아래로 치이는 구도가 됐다. 예고된 M&A는 물론 이 부회장이 직접 화두로 던진 '뉴삼성'도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새로 출범한 리더십은 주가 우하향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파운드리는 기술 로드맵 상 4~5나노미터(nm)에서도 TSMC에 패배했다. 3nm 공정이 다음 승부처가 될 것이라 보는데 내부에서도 큰 기대감이 전해지지 않는다"라며 "지난해만 해도 메모리 외 새로운 성과에 대한 목마름이 주된 화두였다면 GOS 사태 이후로 리더십부터 사업까지 삼성전자의 구조적 위기론이 화두가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사업 전체를 총괄하는 관리 역량에 대한 의문은 지속되고 있다. 원칙적으로는 새로 수장 자리에 오른 한종희 부회장의 몫인데 지난 주주총회에서의 안일한 대처로 '경영진 보신주의' 이미지만 덧보탰다는 평이다. GOS 사태의 책임자로 지목된 노태문 MX(모바일경험) 사업부장도 큰 잡음 없이 사내이사진에 합류했다.
경계현 DS(반도쳬)부문장 사장에 대해선 안팎의 기대감도 전해지지만 지배구조 및 의사결정 체계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려면 보다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며 이사회 중심의 자율 경영을 택했다.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고 반도체·소비자가전·모바일 부문 3명의 대표이사를 포함한 5명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후에도 이 부회장의 출감에 맞춘 대규모 투자 발표가 이어졌다. 결과적으로는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것이 오너인지 이사회인지 불명확하다는 인상을 강화시켰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이 부회장 수감 이후 삼성전자는 물론 계열사 사장단 사이에서도 혹시나 구설을 일으킬까 조심해야 한다는 기류가 전해졌다"라며 "당시 시장 예상보다 투자가 늦어지는 건들이 많았는데 이 부회장 가석방하자마자 240조원 규모 투자 계획이 쏟아졌다. 삼성전자에 이 부회장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보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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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차라리 과거처럼 오너 중심의 강력한 의사결정 구조로 복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리더십 불안을 그대로 두기엔 삼성전자가 맞이한 파고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설계와 공정, 판매부터 가전과 같은 전방 세트 사업까지 글로벌 기업 중 가장 넓은 전선을 펼치고 있다. 다른 글로벌 빅테크 역시 자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까지 모두 내재화하는 경향을 보이고는 있다. 그러나 파운드리 사업부를 안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다른 빅테크와 똑같은 전략을 취할수록 더 많은 고객사와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경우 자체 칩 기반으로 자율주행 SW 사업을 키우고 있는데 반도체 기업이 완성차 없이 모빌리티 산업에 진출하는 탁월한 방식으로 꼽힌다"라며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도 이런 전략을 취했어야 하는 것 아니냔 말이 많았는데, 만약 그랬다면 엔비디아가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찾기가 더 꺼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두문불출이다. 지난해 11월 이 부회장이 미국 출장길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구글·아마존 등 빅테크 수장과 만난 뒤 "새로운 삼성을 만들자"라고 말했지만 내부적으로 인사제도를 손보고 조직을 개편한 것 외 구체화한 것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투톱의 전문경영인 2기 체제에 들어섰지만 시장에선 이들이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는다. 김현석 전 가전(CE) 대표이사 사장도 "전문경영인이 서로 돕는 체계로는 큰 변화를 만들 수 없고 빅 트렌드를 볼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실상 두 대표가 각각의 거대한 조직을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벅찰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이 부회장의 용단을 바라는 목소리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시장은 결국 이 부회장의 의중이 직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하고 있다.
연초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TF가 부회장급으로 승격됐고 그에 따른 인사,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사업지원TF엔 전략·재무와 인사, 부품과 세트, 인수·합병(M&A) 각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사를 고르게 포진했다. 지난해 말 IB업계 출신인 임병일 부사장이 사업지원TF에 합류하는 등 부사장급 인사만 15명에 달한다.
하지만 그룹 특성상 이들이 주도적으로 딜(Deal)을 들고 오거나 변화의 주체가 되긴 쉽지 않다. 결국 전면에 나서건, 나서지 않건 현재 위기 국면의 해법은 이재용 부회장이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