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특수 '끝'…인건비·마케팅비 증가 영향
컨콜선 향후 성장성에 대한 구체적 전략 질문
주가 약세에 "다른 주주환원 정책 있냐" 묻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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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네이버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했다. '코로나 특수'가 끝나며 성장 둔화가 전망되는 가운데 인건비·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열린 컨퍼런스콜(컨콜)에선 네이버가 밝힌 성장 가이던스의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지난달 간담회에서 최수연 대표는 '5년 내 글로벌 사용자 10억명·매출 15조원 달성'을 제시한 바 있다.
줄곧 약세를 보이는 주가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네이버 측은 추가적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주주들의 가치가 희석되지 않는 투자를 고민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1일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8452억원, 301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컨센서스(에프앤가이드 기준)인 매출액 1조8789억원, 영업이익 3441억원을 소폭 하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은 15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99% 줄었다.
전체 영업수익의 45%에 해당하는 서치플랫폼 사업은 검색 품질 개선 및 성과형 광고 확대 등에 따라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2% 증가했다. 그러나 계절적 요인으로 전 분기 대비 4.9% 감소하며 8432억원을 기록했다. 커머스는 이번 분기부터 C2C 플랫폼 크림 등의 실적이 포함되며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8.3%, 직전분기 대비 2.7% 성장한 4161억원으로 집계됐다.
핀테크·콘텐츠·클라우드 등 다른 사업 부문도 성장세가 둔화하는 모습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성장했으나 직전분기보다 감소한 것이다. 핀테크는 전년동기대비 31.1% 증가, 직전분기 대비로는 6.9% 감소한 2748억원을 기록했다. 1월 페이 수수료 인하 및 전분기 회계처리 효과에 따라 분기 매출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콘텐츠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65.9% 성장, 전 분기 대비 7% 감소한 2710억원으로 집계됐다. 네이버 측은 "작가 계약구조 변경 등으로 웹툰 회계처리가 변경됐고 크림/어뮤즈 등의 사업 실적이 커머스로 재분류된 영향"이라고 했다. 클라우드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5.3% 증가했지만, 직전분기보다 12.1% 감소한 942억원을 기록했다.
팬데믹 환경에서 비롯된 고성장세가 올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인건비·마케팅비가 증가하면서 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1분기 영업비용으로 1조5434억원을 썼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7.5% 늘어난 수치다. 신규 직원을 대거 채용했고 테크기업 간 인력 경쟁 심화로 임직원 연봉을 인상한 영향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네이버 직원 수(기간제 포함)는 1년 만에 15%(602명) 늘었다.
증권업계에선 코로나가 끝나면서 올해 네이버 수익성 성장이 둔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 DB금융투자,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올해 네이버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낮추며 목표주가를 줄하향했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네이버의 공격적인 마케팅 지속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열린 컨콜에선 네이버의 향후 성장성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최 대표는 '5년 내 글로벌 사용자 10억명·매출 15조 달성'을 목표로 하는 '글로벌 3.0' 전략을 제시했는데, 구체적 근거와 향후 전략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컨콜에 참석한 기관투자자들은 "매출 가이던스로 잡은 15조원에 신사업은 얼마나 포함됐는지", "M&A를 통한 외형성장은 얼마나 기여할지", "국내와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구분해서 제시할 수 있는지" 등 잇따라 질문했다. 네이버가 과거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으로 풀이된다.
수익성에 대한 우려도 표출됐다. 한 투자자는 "단기적으로 영업이익 마진 전망에 있어서 고정비를 감안하면 시장이 어느 정도를 예상해야 하느냐"라며 단기적인 매출 성장과 수익성 사이 밸런스는 어느 정도로 맞출 계획인지" 물었다. 매출 성장이 계속되더라도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할 때 수익성은 악화할 수 있다는 시선으로 해석된다.
이에 최 대표는 "인터넷 기업 특성상 매출 성장률에 집중했지만, 수익성도 놓치면 안 된다"라며 "수익성과 성장성의 밸런스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마케팅비나 인건비 부문에서도 효율화를 집중할 예정이다. 수익성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라고 답했다. 네이버는 올해 헤드 카운트(인원수) 증가를 작년 이전으로 통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성장성에 대한 전망이 회의적인 만큼 주가 부양에 대한 질문도 빠지지 않았다. 한 투자자는 "높은 매출을 창출해서 주주가치를 증가시킬 계획인지, 새로운 주주환원 정책을 계획할 것인지 궁금하다"라며 "그간 2조 매출이 넘는 라인(LINE) 등의 포트폴리오에도 주주가치 증가가 투자자들의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선 CFO(최고재무책임자)는 "다른 주주환원 정책 등을 발표할 단계는 아니다. 커머스 사업의 수익 구조나 웹툰 매력도 등을 생각해보면 현재 영위하는 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주주가치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경영권 인수, 비경영권 지분투자 등을 했을 때 주주가치가 희석되지 않게 하는 것이 저희의 숙제이고 특히 더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