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국내 금융지주 충당금 덜 쌓았다 논란
코로나19 정책 지원 종료 등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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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과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하반기 경기침체를 대비해 은행 대손충당금 설정 규모를 논의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시장 금리 급등으로 인한 대출 부실화 및 소상공인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 하반기 경기침체 등 리스크 요인에 포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4대 은행은 충당금 TF를 구성, 이번 달 중 첫 회의를 가지기로 했다. 이 TF에서는 2분기 이후 시중은행이 어떤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대출 사전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얼마나ㆍ어떻게 쌓아야 하는지 논의를 진행하게 된다.
금융상품의 손상인식과 관련한 국제회계기준(IFRS 9)에 따르면, 금융자산의 신용위험이 유의적으로 증가할 때 금융회사는 금융자산의 전체 존속기간동안의 '기대신용손실'(ECL)을 손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대신용손실에는 정상채권이라도 미래에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포함한다.
예컨데 현재 정책적으로 원리금 상환이 유예된 소상공인 관련 대출의 경우, 원리금이 미납되고 있더라도 정상채권으로 분류한다. 해당 정책은 당초 올해 3월 끝날 예정이었지만, 올 9월까지로 연장된 상황이다. 하반기 중 해당 정책이 종료되면 이 중 일부는 회수 불가능한 채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
IFRS 9은 기대신용손실 산정시 어떤 방식을 적용하고 조정할지 에 대해 '판단'이 필요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융당국ㆍ회계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것이다. 이번 TF는 하반기 적용할 충당금 가이드라인을 논의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앞서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2020년 5월, 정부는 100조원 규모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이 조치가 금융자산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각 금융회사에 '금융상품 손상 기준을 보다 더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달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지원 및 금융완화 정책이 '출구 전략'을 모색하고 있는만큼, 당시 주어진 가이드라인에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앞서 국내 4대금융지주는 올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총 71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80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던 증권가의 컨센서스(추정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금액이었다. 이를 두고 금융지주사들은 '가능한 보수적으로 책정한 충당금'이라고 항변했지만, 금융권에서는 향후 자산부실 및 경기침체 가능성을 지나치게 낙관한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