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실적 반영 본격화…초기 비용 감안 '호실적'
'176단 경쟁우위 비결' 질문에 "아이러니지만 '톱' 확신"
공격적인 출하량 증가 계획…낸드 시장 경쟁 격화 전망
-
SK하이닉스가 1분기 실적 발표회(IR)에서 향후 낸드 시장에서 '톱' 지위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인텔 낸드 사업부를 인수하며 설립한 자회사 '솔리다임' 실적이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가운데 그간 후발주자 지위를 벗어날 준비를 마쳤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낸드 시장이 30%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그 이상의 공격적인 성장 전략을 취하겠다고 예고했다.
27일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액이 12조1557억원, 영업이익이 2조859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매출액은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영업익은 시장 전망치인 3조498억원을 밑돌았다. 지난 2020년 생산한 일부 D램 제품의 성능 저하 문제로 1분기 3800억원 규모 판매보증 충당부채를 설정하는 등 1회성 비용이 발생한 탓이다.
이번 분기부터 솔리다임 실적 반영도 본격화했다. 1분기 솔리다임 별도법인 설립 과정에서만 1000억원 규모 비용이 발생했고, 대련공장 자산이 편입되며 자산 상각비만 약 3조4000억원이 반영됐다. 이를 제외한 1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6조2600억원을 기록했다. 일부 충당금과 솔리다임의 초기 비용을 감안하면 1분기부터 좋은 실적을 내놨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이번 분기 D램과 낸드의 출하량 자체는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빗그로쓰는 한 자릿수 후반, 낸드는 10% 중반 하락했다. 러시아 사태에 이어 중국 상해 봉쇄로 모바일과 PC 등 소비자 구매가 둔화한 데 따른 영향이다. 그러나 솔리다임을 포함하면 낸드 빗그로쓰는 10% 후반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연간 기준으로는 기존 낸드 사업과 솔리다임 모두 지난해 두 배 수준 출하량 증가를 계획하고 있다.
그간 낸드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시장 지위를 고려하면 수익성과 기술력, 시장 전략에서 기대 이상의 변화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현재 낸드 시장의 주된 화두는 적층 경쟁이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정보를 저장하는 셀을 얼마나 높이 쌓을 수 있느냐에 따라 기술 경쟁력이 결정된다. 176단 낸드는 이 셀을 176층까지 쌓았다는 얘기인데, 지난해 마이크론이 176단 낸드를 출시하며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상당히 강한 어조로 이를 해명한 바 있다. 당시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전략마케팅실장 부사장은 "삼성의 고민은 몇 층을 쌓아올리느냐가 아니다. 이미 싱글 스택에서 128단을 쌓으며 업계 최고의 식각(Etching) 기술을 확보했다"라며 "단수 자체보다는 쌓아올린 셀 높이가 효율성, 원가 측면에서 얼마나 경쟁력 있느냐가 우리가 집중하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기존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낸드 적층 경쟁에서 차세대 기술 진입 시점을 늦춰온 편이다. 업계 내에서도 삼성전자의 지적처럼 무작정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원가 효율성을 검토한 후에 원가 절감에 도움이 되는 방향성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사 사이 기술격차가 좁혀지긴 했지만 삼성전자는 여전히 낸드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수익성도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SK하이닉스의 '마켓 톱' 예고는 지난해 삼성전자의 지적까지 반영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해당 발언은 업계 전반이 176단 이상 기술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SK하이닉스가 경쟁사를 앞서는 비결을 묻는 기관투자가 질문에 답변하며 나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IR에서 "향후 안정적인 기술 플랫폼 기반으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메모리가 성능이나 생산 원가 수준에서 '마켓 톱'이 될 거라 확신한다"라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수년간 3D 낸드 후발주자 입장에서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새로운 기술을 미리 도입했는데 이런 기술들이 안정화하며 현시점 경쟁사보다 나은 여건을 갖추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는 솔리다임으로 인해 서버 시장 경쟁력도 갖추게 됐고, 선제 적용한 기술의 안정화로 성능과 원가 측면 경쟁우위까지 확보하게 됐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이를 바탕으로 시장의 빗그로쓰를 뛰어넘는 출하량 증가를 목표로 공격적 시장 전략을 가져가겠다고 밝혔다. 낸드 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