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IPO 진행 중인데…투자하기 달갑지 않은 조건
컨콜서 제기된 '유상증자 가능성' 질문은 일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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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1분기 실적 발표회(IR)에서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을 발표하면서 자회사 SK온의 손익분기점(BEP) 도달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로 전기차 등 전방 산업 생산 차질이 장기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참석한 기관투자가들은 정유 사업의 특수에도 SK온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및 비용 급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다.
SK온은 현재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 IPO)를 진행 중이다. 외부 불확실성 탓이라고는 하나 투자회수를 고려해야 하는 잠재 투자자 입장에선 흑자 전환 시점이 미뤄지는 일이 달가울 리 없다.
29일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6조2615억원, 1조6491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72.9%, 182.2% 증가한 수치다.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는 자회사 SK온은 27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리막 자회사인 SK IET도 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배터리 관련 사업을 담당하는 SK온과 SK IET 모두 시장 기대보다 못한 성적표를 내놨다. 증권가에선 SK온이 올해 1분기에 1000억원 중반 수준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측했다. 직전 분기 영업손실 3100억원 보다 적자 규모가 큰 폭으로 줄 거라 본 것이다. 그러나 직전분기보다 적자 폭을 370억원 규모 줄이는 데 그쳤다. SK IET는 흑자 전환할 거란 시장 예상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지속했다.
주요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에서 비롯된 영향으로 해석된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전기차 생산 물량이 예상만큼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덩달아 니켈과 리튬 등 전기차 핵심 소재 광물 가격이 급등하며 원재료·설비투자·생산까지 가리지 않고 비용이 치솟고 있다.
이날 IR에선 배터리 사업 수익성과 비용에 대한 질문이 잇따랐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온의 BEP 도달 시점을 4분기로 예상했다. 당초 계획을 충족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수요가 부진하면서 SK온의 수익 시점에도 빨간불이 켜진 모습이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내부적으론 올 상반기를 전후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기준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 본 것으로 전해진다.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관련 작업이 착실히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시점이 재차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SK온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미국·헝가리 공장의 초기 가동 비용이나 향후 대규모 증설에 필요한 인력 확보 등으로 비용 상승 요인이 있다"라며 "4분기를 손익분기점 전환 목표로 하고 있지만 다소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손익분기점 시점이 늦춰질 경우 진행 중인 프리 IPO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SK온은 현재 최대 4조원 규모 투자 유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BEP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투자자 입장에선 회수 시점 안전장치를 요구할 유인이 늘어난다. SK그룹은 보통주 방식 투자 유치를 원하지만, 투자액회수를 위한 안전장치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가능성도 거론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늘어난 설비투자 관련 조달 계획에 대해서도 질문이 제기됐다. 한 투자자는 SK이노베이션의 호실적을 거론하며 SK온의 유상증자 가능성을 물었다.
이에 SK온 측은 "SK온을 물적분할한 이유는 자체적으로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SK온의 투자 상당 부분을 합작사 관련 완성차업체로부터의 자금 조달과 현지 정부로부터의 인센티브를 주요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라며 "사업 실적도 지속 개선돼 영업현금흐름을 통해서도 일정부분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일축했다.
시장에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본격 반영되는 2분기 실적이 관건이라는 평가다. 차량용 반도체 부품 공급난이 본격화하면 완성체 업체들의 오더컷(주문 축소)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한 2차전지 배터리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3월 하순부터 본격화되다 보니 2분기 실적에 제일 영향이 클 수 있다"라며 "국내 2차전지 업체들은 긍정적 전망을 하고 있지만, 시장에선 완성차 업체(OEM)들의 오더컷 가능성이 거론된다. 2분기에 현실화한다면 실적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