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ㆍ재산세 혜택 받으며 높은 이용료ㆍ사실상 회원제 시스템
"이럴거면 세금 혜택 왜주나" 비판 여론 높아져
관련 법안 발의된 상태…규제 공감대 높아
향후 투자 수익성 영향 줄 수 있어 "지금이 몸값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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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막걸리 한 병이 2만원, 떡볶이가 4만원…심지어 그린피(입장료)가 회원제보다 비싸진 곳도 여럿인데 이러면 '대중제' 의미가 있나"
대중제(퍼블릭) 골프장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골프장 M&A(인수합병)의 변수로 떠올랐다. 취득세ㆍ재산세 등에서 혜택을 받는 대중 골프장이 높아진 인기에 폭리를 취하며 정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유례없는 골프인구 증가로 ‘초호황’을 누렸지만 엔데믹 시기가 다가오며 전망이 갈리자 지금이 고가에 팔 수 있는 마지막 '매각 적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모아건설의 강원도 홍천 클럽모우CC(27홀 대중제)가 약 2500억원(홀당 92억원)에 팔렸다. 앞서 4월 초에는 1년 넘게 매각이 지연됐던 한화그룹 산하의 골든베이CC(27홀 대중제)를 고려자산개발 관계사가 약 2000억원(홀당 75억원)에 인수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코로나 호황기를 지나 엔데믹 시기가 오면서 지금이 골프장 매각의 ‘피크’라고 보는 시각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매물로 대기중인 수도권 대중제 골프장들(큐로CC,마이다스CC)이 과연 홀 당 100억원의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골프장 투자가 그정도 가치가 있을지에 대한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어서다. 코로나 수혜로 호황을 누린건 맞지만 코로나 종식 이후의 전망은 알 수 없다.
사실 지난 몇 년 간 대중 골프장의 수익성은 급격히 높아지기는 했다. 2019년 클럽모우CC는 21억원 적자였지만 대중제 전환 후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 매출 215억원, 영업이익 131억원을 기록했다. 큐캐피탈은 2018년 법정관리 매물이던 큐로CC를 인수한 후 대중제로 전환했는데, 2017년까지 영업 손실을 기록하던 큐로CC는 이후 흑자로 개선됐다.
그러나 규제 가능성이 대중제 골프장의 수익성 전망에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그간 정부는 1999년부터 ‘골프 대중화’를 위해 대중 골프장에 세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다. 현재 대중 골프장의 취득세와 재산세는 회원제 골프장의 각각 1/3, 1/10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세금 혜택만 있고 이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는 대중제 골프장에 대한 법적 규제 목소리가 커졌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는 대중제 골프장을 그린피가 비싼 ‘비회원제’와 저렴한 ‘대중제’로 나눠 비회원제 골프장에는 세제 혜택을 주지 않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대중제 골프장의 수익성에 미칠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대중제 골프장들이 별도로 회원을 모집해 우선 예약권을 부여하는 등 회원제로 영업을 하거나, 골프장 내 숙박업소 평생회원권을 구매하면 대중 골프장 이용권을 제공해서 사실상 회원제처럼 운영하는 경우가 나타나면서 비판 여론이 커졌다.
특히 대중 골프장 이용료가 회원제 골프장 이용료와 크게 차이가 없어진 점이 지적된다. 즉 회원제였던 골프장들이 대중제로 전환하면 세율 차이만큼 그린피를 인하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상황이다. 수도권·충천권의 일부 골프장은 회원제보다 대중 골프장 이용 요금이 더 비싼 곳도 생겼다. 골프장 내 음식을 너무 비싸게 판매하거나 비싼 부대시설 이용을 강제해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도 크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규제가 강화되면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어 팔려면 지금 빨리 팔아야 한다”며 “대중제가 세제감면 등 혜택이 많은데 요금도 비싸게 받고 악용사례가 많아 문체부에서 규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체육시설법 개정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은 걸릴 수 있지만 정부의 기본 스탠스는 규제로 기울어진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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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PE(사모펀드운용사)에게 골프장은 ‘쉽게 투자하고 회수하기 좋은’ 투자처로 인기가 많았다. 인수 후 운영은 잔디관리 업체에 1~3년 단위로 위탁 계약을 맺어서 맡기고, 수수료 이외의 초과 수익은 모두 가져간다. 식음료 사업은 호텔 등 관련 업체에 외주를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골프장 확장이나 시설 보수에 투자하기도 하는데, 이후 가치가 오르면 비싸게 매각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자금을 ‘땡겨야’하는 투자자들도 공격적인 투자가 어려워졌다. 아울러 골프장 가격이 너무 올라 ‘지르기’도 쉽지 않다.
지금 인수에 나서는 투자자 대부분이 ‘골프장 수집’이 주 사업인 곳들이다. 클럽모우CC를 인수하는 칼론인베스트먼트도 골프장, 물류센터 등 대체투자에 특화된 운용사로 2020년 강원 춘천의 오너스골프클럽, 지난해 충북 청주의 떼제베CC 등을 인수했다. 본격 기업공개(IPO) 절차에 들어간 골프존카운티도 골프장 체인 사업을 하고 있어 골프장을 여럿 사들이고 있다.
해외 여행 수요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면 골프 수요도 해외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신규 골프장 건설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약 50여곳의 골프장이 신규로 건설 중이거나 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한 금융투자(IB)업계 관계자는 “골프장 산업이 코로나 이후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애매한 타이밍이라 다들 고민하는 분위기다. 투자처 찾는 PE들 정도가 수요가 있다”며 “골프 인구 자체가 많아진 건 긍정적이지만 낮은 가격이 아니라서 부담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