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보유확약 없어도 매도 안 해…국내 진출 발판
중국 규제 상황 감안하면…차익 실현 뒤 배당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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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일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인 알리페이 싱가포르 홀딩스의 보호예수 기간이 만료된다. 알리페이는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페이의 지분 38.7%에 해당하는 주식을 모두 매도할 수 있게 된다.
알리페이의 보유 물량은 주가에 물량부담(오버행) 이슈로 작용하고 있다. 알리페이가 일부만이라도 차익실현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앞서 카카오페이는 공시를 통해 알리페이의 1389만4450주에 대한 6개월 의무보유기간이 해제된다고 밝혔다. 알리페이가 보유 중인 카카오페이 주식 5101만5205주에 대해 전량 매도가 가능해진다. 카카오페이 전체 주식의 38.7%에 해당하는 만큼 알리페이가 차익 실현에 나선다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장에선 알리페이가 차익실현에 나설지를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해 장기적 투자를 이어갈 것이란 의견이 나오지만, 중국의 규제 상황으로 인해 단기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가 분사한 2017년부터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2017년 1월 카카오페이는 독립법인으로 신설됐고 한 달 후 알리페이 모회사 앤트파이낸셜 서비스그룹이 카카오페이에 약 2300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추가 투자를 단행했다. 카카오페이를 중심으로 가맹점 네트워크를 통합하는 등 한국 진출에 발판을 삼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이에 지분율 28%에 해당하는 알리페이 보유 물량은 의무보유기간이 없었음에도 매도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알리페이가 보유 중인 카카오페이 1400만주 가량은 6개월간 락업에 걸렸지만, 나머지 3712만755주(지분율 28.47%)는 의무보유확약을 걸지 않아서 언제든 매각이 가능했다. 중국 텐센트가 2012년에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해 큰 이익을 거뒀지만, 여전히 지분을 줄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분석이다.
알리페이는 초기 투자자로 천문학적 규모의 차익실현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알려진다. 알리페이는 차일 락업이 해제되는 1400만주에 대해서만 수천억 원대 평가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카카오페이의 주가는 지난 3월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했지만, 공모가 기준으로는 20%가량 높다.
반면 핀테크 기업에 대한 중국의 규제가 심화하면서 중국 기업의 투자가 일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이 펴고 있다는 '공동부유(共同富裕)' 정책으로 해외에 보유 중인 기업 지분을 정리해 인민들에게 배당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지난해 12월 중국 빅테크 기업 텐센트도 중국 전자상거래업체인 징둥닷컴의 지분(약19조원)을 처분해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 2020년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차이나리스크'를 몸소 경험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는 금융당국에 마이데이터 예비 허가심사를 신청했으나 2대 주주인 알리페이의 서류 미비로 허가가 연기됐다. 당시 금융당국은 대주주의 적격성을 확인하기 위해 중국 당국의 알리페이 제재 여부를 묻는 서류 제출을 요구했다.
카카오페이 내부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 허가를 받기 위해서 알리페이의 협조를 요청했을 때 다소 시일이 걸렸다. 알리페이가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 카카오페이를 비중 있는 투자처로 생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매크로 변수로 인해 성장주가 불리한 상황에서 카카오페이가 높은 밸류를 받고 있어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들린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의 12개월 선행 PER(1년 치 실적 전망을 바탕으로 낸 PER)은 978.6으로 업종 PER이 5.88인 점을 감안했을 때 상당히 고평가돼 있다는 지적이다.
카카오페이는 알리바바와 긴밀하게 협력 중이라면서도, 지분의 처분 여부에 대해선 알리바바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카카오페이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알리페이는 카카오페이와 비전을 공유하는 전략적 투자자 관계로 글로벌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긴밀한 협업을 통해 온오프라인 크로스보더 결제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그럼에도 주식 매각 여부는 알리페이의 고유 의사결정 사항으로 당사가 대답하긴 힘들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