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평가 기준은 모호해 대응하기 어렵다는 평
신평사 "이미 해외보다 널널한 기준 적용"
높은 차입 비중 탓에 투자자 보호 힘들다는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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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리츠 시장이 커지고 신용등급을 받는 상장리츠가 늘어나면서 신용평가 기준을 두고 리츠업계의 불만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도 리츠 신규 상장과 기존 리츠의 자산편입 및 자금 조달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업계와 신용평가사의 갈등 또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리츠업계는 지금의 신용평가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신용평가 기준은 레버리지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업계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신평사는 이미 평가 기준은 해외에 비해 널널하며, 신용등급은 채권자 보호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내비쳤다.
리츠업계는 리츠 신용평가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우량한 신용등급을 갖춘 리츠가 늘어나야 시장 신뢰도가 높아지고 자본조달이 용이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리츠의 자산대비대출비율(LTV)을 낮출 수 있고 재무 건전성이 제고되는 선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한 리츠업계 관계자는 "2001년에 국내 도입된 리츠와 달리 리츠 신용평가는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에 만들어져 초기 단계여서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부분이 있다"며 "가령 LTV가 60%만 넘어도 정량평가에서 BBB+ 이하로 나온다. 부동산 대출을 통해 레버리지 효과를 내는 리츠의 특성을 신평사가 적절히 평가하지 못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고 전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상장리츠에 대한 주요 평가 기준은 크게 자산규모(AUM)와 자산건전성(LTV)로 요약된다"며 "LTV가 50% 이하일 경우 무난히 A등급 요건이 충족되겠으나, 국내 리츠는 자산재평가를 하기 어려워 LTV에 활용되는 자산가치가 취득가로 인식되는 불리함이 큰 상황"이라 밝혔다.
정성평가 지표도 구체적이지 않아 리츠업계가 대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다. 다른 리츠업계 관계자는 "고정경비 커버리지·EBITDA 대비 총차입금 등 정량적인 평가요소는 기준에 맞춰 준비할 수 있지만 정성평가는 그 기준이 모호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없다"며 "신용평가 등급을 받은 후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렵다면 신용평가의 목적이 퇴색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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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평사는 평가 기준이 엄격하다는 리츠업계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외에 비해 국내 기준은 완화됐다는 이유에서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신용등급 A를 받은 리츠는 LTV가 20~30%에 불과할 만큼 평가 기준이 엄격하다"며 "해외에선 리츠가 부도난 경우가 많다 보니 기준이 깐깐하다. 국내는 부도난 적이 없어 리츠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며 평가 기준도 완화돼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리츠 조사기관 iReit에 따르면 작년 9월 기준 미국에 존재하는 180여개의 리츠 중 A등급(A, A-)을 받은 리츠는 9개에 불과했다. 반면, 기업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국내 리츠 5개 중 A-등급 이상은 3개다.
아울러 신평사는 평가 기준을 완화해달라는 리츠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용등급은 주주가 아닌 채권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리츠 신용평가는 리츠 투자자에게 리츠의 사업위험·재무위험 등 주요 위험요소를 제공해 리츠와 투자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줄이는 것이 주된 목표다.
오히려 국내 리츠 대부분이 차입 비중을 높게 가져가며 재무안정성 측면에서 차별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일반 기업체의 경우 사업항목과 재무항목 등급이 유사하나, 리츠의 경우 재무항목이 현저히 낮아 두 항목 사이의 괴리가 크다"며 "국내 리츠는 고수익을 추구하며 차입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데, 이 경우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거나 자본시장에 충격이 왔을 때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정성평가가 보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리츠업계의 주장에 대해선 신평사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다른 신평사 관계자는 "아직 리츠 신용평가가 초기 단계다 보니 정성평가를 보수적으로 진행하는 것 같다"며 "시장 상황과 업계의 특수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평가 기준은 꾸준히 수정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