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마단 걸려 일정 지연...7월 상장 목표
이사 선임권 등 주주간 협약 논의할 듯
-
현대오일뱅크가 이르면 7월 상장을 목표로 막바지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당초 상반기 상장도 염두에 뒀지만 한국거래소로부터 심사 승인이 늦어지며 일정이 다소 밀렸다. 현대오일뱅크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직접 출국해 현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를 설득하는 작업에 매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28일 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컨콜)에서 이르면 7월 내 상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초 작년 온기 실적을 기반으로 상장에 나선다는 일정이었지만 다소 상황이 달라졌다. 거래소의 심사 승인 과정에서 주주 간 협약이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1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증권신고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작년 온기 기준으로 증권신고서를 올리게 되면 ‘135일룰’에 걸려 5월 중순까지 납입일을 마쳐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거래소로부터 예비심사 승인을 받지 못 해 신고서 제출 이후의 청약이나 기업설명회(IR)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1분기 기준으로 날짜를 재산정할 시 상장 납입일 데드라인(마감시한)은 8월 중순으로 계산된다.
135일룰이란 해외투자자에 제공하는 증권신고서 내 재무제표 작성일의 유효시간을 135일로 정해둔 규칙을 의미한다. 현대오일뱅크는 전날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컨콜)을 통해 이르면 7월에 상장을 한다는 계획도 밝혀뒀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이 이처럼 미뤄진 데에는 한국거래소의 심사 과정에서 대주주인 아람코의 주주 권한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아람코는 지난 2019년 현대오일뱅크에 약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작년 말 기준 지분 17%를 보유해 현대중공업지주(73.85%)에 이은 2대 주주다.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 투자할 당시 맺어둔 주주 간 협약 내용이 다소 문제가 된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이사 선임권 등 아람코에 유리한 조항들이 맺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거래소에서는 상장 이후 경영 안전성에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거래소는 소액주주권 보호를 강조하는 기조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특히 주주 구성이나 지배구조가 상장 이후 소액 주주들에 미치는 영향을 이전보다 주의 깊게 살펴보는 중이다. 그간 대기업 계열사나 중소·중견기업들의 외부 투자 유치가 많아지면서 주주의 지배력 등과 관련한 이슈가 이전보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사례도 많아졌다.
‘발등의 불’이 떨어진 현대오일뱅크는 해당 문제가 불거지자 곧바로 사우디아라비아로 출국해 아람코와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 경영진들이 아람코가 가진 이사 선임권을 내려놓는 방안을 설득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다만 공교롭게도 해당 기간이 사우디아라비아 라마단 기간과 겹쳐 아람코 설득에 다소 어려움을 겪어 시일이 걸렸다는 전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전부터 라마단 등으로 비즈니스가 중단되는 사례가 잦아 현지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은 어려움을 겪어왔다. 라마단은 이슬람 달력으로 9월로 해마다 열흘씩 짧아진다. 올해는 4월2일부터 5월2일까지다. 이 기간 현지인들은 해가 떠 있을 동안 금식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외국인이나 비이슬람교도들도 무슬림이 보는 곳에서 음식을 먹거나 흡연을 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투자금융(IB)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질적 심사 기준에 구체적인 항목이 있지만 포괄적이고 주관적인 해석의 여지가 있다”라며 “최근에는 소액 주주들이 상장 이후에 주권 침해를 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가장 눈여겨본다. 이 경우 대주주가 권한을 쥐고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도, 또 권한이 너무 적어 기업의 안정성이 흔들려서도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