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에 발목잡힌 SK쉴더스 상장, 결국 철회 결정
공모가 하단보다 낮은 가격도 부담…가치주 전성시대
SK그룹 계열사 '제살깎이' 상장 승자는 원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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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SK쉴더스(前 ADT캡스)가 저조한 기관투자자(이하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백기를 들었다. 기관들이 SK쉴더스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는 역시 공모가에 대한 시각차였다.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 가격보다 낮은 금액을 설정하더라도 여전히 비싸다는 평이 주요했다는 설명이다.
비슷한 시기 증시에 출사표를 던진, 또다른 SK그룹 계열사 원스토어가 '반사이익'을 얻는 모양새다. 기관들이 공모가 측면에서 투자유인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두 기업이 같은 달 공모 청약에 나서며 그간 제기됐던 '집안싸움' 우려가 결국 현실화한 모습이다.
6일 SK쉴더스는 기업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제반 여건을 이유로 들며 상장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의 기관 대상 수요예측 결과는 100대1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이에 SK쉴더스는 공모가 밴드(3만1000원~3만8800원) 하단보다 낮은 2만5000원 수준으로 공모가를 산정하는 안도 고민했지만 결국 철회를 택했다.
SK쉴더스 수요예측 성과에 '처참하다'는 평을 내놓는 기관들. 흥행 부진 원인으로는 비싼 공모가, 높은 구주매출 비중 등이 요인으로 거론되지만, 그 중 '공모가'가 주요한 사유로 꼽힌다.
SK텔레콤과 맥쿼리인프라자산운용(이하 맥쿼리운용)은 2018년 글로벌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으로부터 1조원대에 SK쉴더스(당시 ADT캡스) 지분 100%를 인수한 바 있다. 이번 상장에서 인정받길 원했던 기업가치는 희망공모가 상단 기준 3조5000억원 수준이었다. 일각에서는 업계 1위인 에스원의 시가총액(2조6000억원)보다도 희망 기업가치가 1조원가량 비싼 데 '납득이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은 바 있다.
수요예측 흥행 부진에 공모가 밴드 최하단가 아래에서 결정하는 안도 고려됐지만 이마저도 기관들의 호응을 이끌기엔 역부족이었다. SK쉴더스는 기존 재무적투자자(FI)가 투자한 주당 가격이 2만원이었다는 점을 감안, 2만5000원까지 낮출 의사를 밝혔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해당 가격 또한 '기관 입장에서 수급을 받아주긴 어려운 수준의 가격'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결국 상장 계획은 철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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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원스토어의 공모가는 SK쉴더스와 비교하면 그나마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원스토어의 희망 공모가 밴드는 3만4300원~4만1700원이다. 밴드 하단 기준 글로벌 앱마켓 및 유사 플랫폼 밸류에이션보다 크게 비싸지는 않아 보인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간 공모시기가 다소 겹치는 두 기업을 대상으로 '집안싸움' 우려가 제기됐다. 일종의 제살깎이 경쟁이 예상됐던 셈이다. 일각에선 토종 앱 마켓인 원스토어보다는 물리·사이버 보안 전문기업인 SK쉴더스가 사업적 매력도 측면에서 투자 유인이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공모가의 적정성'에 따라 성패가 갈렸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가 측면에서 SK쉴더스보다 원스토어가 투자유인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기관 입장에서 받아줄 여력이 많지 않아 성장주에 주목하던 시기와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투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이라며 "다만 원스토어도 가격 측면에서 투자하기 괜찮다는 것이라서, 아마 많은 기관들이 공모가 최하단 가격을 써낼 것으로 예측된다"라고 말했다.
에쿼티스토리(성장청사진) 등 성장주임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가 끝나고, '가치주'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다. 증시 유동성이 풍부했던 지난 2년간 영위하는 사업 자체의 매력도나 신사업 투자 계획 등이 투자에 있어 중요한 판단요소가 되어왔다. 현재는 '실제 벌어들이는 매출 등 실적'이 가장 중요한 투자판단 기준이 됐다.
2023년까지 상장하기로 한 만큼, 아직 상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일각의 시각에도 불구하고 SK쉴더스의 경우 장이 좋아지기 전에는 재도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공모가 시장이 상당히 냉정해졌다"라며 "기술특례상장 뿐만 아니라 일반 상장 시에도 매출 등 '숫자'적인 요소가 중요해져 상장을 주관하는 증권사 입장에선 실무작업을 하기가 녹록지 않은 환경이 됐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