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해외 진출·제작사 인수 등 투자계획多
글로벌 변동성에 전략 수정하는 글로벌 OTT
수혜 입어온 국내 콘텐츠 업계 영향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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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이 ‘어닝쇼크’ 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신저가를 경신했다. 제작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영업익이 반토막 났고, 콘텐츠 시장의 급성장 기대감이 다소 낮아지면서다. CJ ENM이 자체 OTT인 티빙(TVING)의 해외 진출, 제작사 인수 등 향후 투자할 일이 많은 가운데 글로벌 콘텐츠 업체들의 ‘전략 수정’이 이어지며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분기 CJ ENM은 연결 기준 매출 9573억원, 영업이익 496억원을 기록해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9% 증가했고 수익성 부진에 영업이익은 47.0%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8.0% 하락했다.
수익성 부진은 미디어 부문 영향이 컸다. 미디어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5% 증가해 5464억원을 보였지만 영업이익은 38.2% 감소해 333억원을 기록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군검사 도베르만' 등 프로그램의 시청률 호조로 TV광고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고, 디지털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55.8% 증가하면서 매출 성장을 이끌었다.
다만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에 따른 제작비 증가와 엔데버 콘텐트의 일부 제작 및 공개 지연,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수익성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적발표 후인 12일 CJ ENM과 핵심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은 주가 하락세를 보이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CJ ENM은 -11.45%까지 주가가 급락했다. 11일 기준 CJ ENM의 시가총액은 2조6052억원으로,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2조4492억원을 기록하며 시총 차이가 불과 1560억원으로 좁혀졌다.
국내외 증시가 출렁이는 영향도 크지만 실적 실망감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티빙, OTT향 컨텐츠 제작 등 미디어 이익이 본격 증명될 시기도 ‘기다려야’ 하는 점이 크다. 한화금융투자,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 증권사들은 실적 추정치를 하향하며 목표주가를 낮췄다.
한화금융투자는 보고서에서 "(CJ ENM의) 현재 밸류에이션은 올해 예상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 16배 수준에 불과하지만 동사에 대한 투자 매력 제고가 가능한 시기는 미디어 이익 성장 추세가 가시화될 때"라며 투자의견 '보유'(hold)를 유지했다.
앞으로도 ‘돈 쓸 일’이 많다는 점도 고려된다. CJ 그룹 차원에서 우선 과제로 삼고 집중하고 있는 티빙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도 결국 핵심 오리지널 콘텐츠에서 오기 때문에 콘텐츠 제작 비용 확대는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
제작능력 확장을 위해 제작사도 계속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약 1조원에 미국의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를 인수한 이후 다른 미국 제작사 인수도 꾸준히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수한 곳들이 ‘돈값’ 이상을 할 지는 지켜봐야한다. 콘텐츠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콘텐츠사 몸값이 많이 오른 점을 고려해서다. 작년 하이브의 이타카홀딩스 M&A(인수합병)도, 이타카홀딩의 몸값도 원래 5000억원 수준에서 시작해 경쟁이 붙으면서 몸값이 1조원 이상으로 뛰었다. 엔데버 콘텐트도 CJ ENM의 역대 최대 규모 M&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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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사업이 장기전인 점을 고려하면 스튜디오 체제로 가는 CJ ENM의 전략에 긍정적인 평도 나온다. 티빙 투자자들도 해외 확장성, CJ ENM의 콘텐츠 제작 능력을 높게 본 바 있다. 엔데버 콘텐트는 최근 애플TV+에 2월부터 공개된 ‘세브란스:단절(Severance)’을 제작했는데, 좋은 평을 받으면서 4월 초 시즌 2 제작을 공식 발표했다. 통상 미국 드라마는 시즌 1은 적자고 시즌 2부터 수익을 낸다.
티빙은 해외 진출도 본격 진행하는데, 올해 일본과 대만을 시작으로 향후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12일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이 네이버웹툰의 일본 계열사 ‘라인 디지털 프론티어’와 손을 잡고 일본 내 조인트벤처(JV) ‘스튜디오드래곤 재팬(가칭)’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스튜디오드래곤 재팬은 CJ ENM·스튜디오드래곤·라인 디지털 프론티어가 공동으로 300억원을 출자해 상반기 중 설립할 예정이다.
가파른 성장으로 아낌없는 투자를 해 온던 글로벌 OTT들의 몸사리기는 콘텐츠 시장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구독자 감소로 주가가 급락한 넷플릭스는 광고 도입을 추진하고 회원 계정의 공유도 단속하기로 하는 등 ‘비상 대책’ 실행에 나섰다. 넷플릭스가 인도 오리지널 콘텐츠 계획을 90% 축소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하반기 스튜디오드래곤이 넷플릭스와 컨텐츠 제공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 쪽은 ‘다른 곳들도 많다’며 자신있는(?) 입장이라고 전해지지만 글로벌 시장 변동성이 높다보니, 어느 정도 ‘이득인’ 조건일 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스튜디오드래곤 정도니까” 가능한 것이고, 중소 제작사들은 영향이 클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OTT업계에 정통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 드라마들이 인기를 끄니까 글로벌 OTT들도 투자를 하느라 제작비가 후했다”며 “엔데믹 시즌에서 사람들이 오프라인 활동 많이 하니 가입자 수가 줄어들기도 할텐데, 마켓 쉐어를 경쟁하는 곳들은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시장 직접 진출을 예고하던 워너 미디어 산하 OTT인 HBO맥스도 최근 콘텐츠를 웨이브(Wavve)에 제공하는 방식으로 우회하기로 결정했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가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고 전략을 바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아직 돈이 많긴 하지만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고, 넷플릭스를 필두로 OTT 및 콘텐츠 업계의 고성장도 속도조절 중”이라며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여러 OTT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줄어들 수도 있다. 여전히 시장에서는 국내 OTT는 ‘다 합치는게 베스트’라는 의견도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