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레코드 따지고, 단순한 펀드 구조 선호
숨통 트일 거란 운용사 기대와 달리 소극적 판매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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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당국의 제재가 풀리며 NH투자증권에 이어 신한금융투자·KB증권도 사모펀드 신규 판매를 재개한다. 판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는 운용사와 달리, 아직 증권사는 상품 판매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신한금융·KB증권은 오는 16일부터 사모펀드 판매 업무를 재개한다. 두 회사는 신규 상품 라인업과 판매 프로세스를 정비하는 등 업무를 준비하고 있다. 앞서 두 회사는 지난해 11월 라임사태로 인해 6개월 동안 사모펀드 판매가 금지됐다.
NH증권도 지난달 사모펀드 신규 판매를 시작했다. 옵티머스 사태로 지난 3월 금융당국에게 사모펀드 신규 판매업무 3개월 금지 처분을 받았으나, NH증권이 법원에 신청한 제재 집행금지 가처분이 인용된 영향이다.
주요 증권사가 사모펀드 판매 재개에 나서자, 헤지펀드 운용사에선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막힌 판로가 트일 거란 기대가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PB는 "사모펀드는 일반 고객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보니 판매사의 역량과 인지도가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에 아직 업무 재개 전인데도 운용사에서 펀드 판매 신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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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운용사의 기대와 달리 증권사는 당분간 사모펀드 판매에 이전처럼 적극적으로 나서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증권사에서는 일련의 사모펀드 사태 이후 내부통제 기준이 엄격해졌다. 구조가 복잡하거나 위험한 상품일수록 판매가 어렵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사모펀드 수는 라임 사태 의혹이 제기된 2019년 7월(1만1479개)을 기점으로 감소하다가 지난해 4월에는 9554개까지 떨어졌다. 반면, 사모펀드 설정액은 꾸준히 상승하는 모습을 보여 지난달 524조6414억원으로 2019년 1월(334조8369억원) 대비 57% 증가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사모펀드 수가 감소했는데 설정액이 증가한 건 트랙레코드가 쌓인 운용사의 펀드 위주로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며 "판매 재개가 되더라도 과거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변수가 많은 블라인드 펀드나 복잡한 구조는 지양하고, 레퍼런스가 뛰어난 운용사 상품 위주로 검토할 것이다"고 전했다.
아울러 금리 인상·러우 전쟁 등 국내외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사모펀드 판매도 활발히 일어나긴 어려울 거란 전망이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운용사는 공모펀드가 위축됐으니 사모펀드에 기대를 한다지만, 이미 개인투자자는 직접투자의 영역으로 넘어갔다"며 "이마저도 최근 증가한 증시 불확실성에 거래대금과 신용잔고가 줄어드는 등 시장을 관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