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유증 앞두고 수천억 자금 조달
투자자는 회의적...리스크 높아 회피
-
아시아나항공이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서는 배경에 대해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대한항공과 합병 승인을 둘러싼 잡음이 커지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이 자금 조달에 나선 배경에 대해 시선이 모인다.
투자자 모집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이 BBB-급으로 대부분의 운용사들이 투자하기에는 리스크가 높은 탓이다. 만기가 없는 영구 CB라는 점도 일반적인 메자닌 전문 운용사들이 담기에 어려움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운용사 등 잠재 투자자를 상대로 CB 투자 관련 기업설명회(IR)를 진행 중이다. 약 3000억원 규모로 만기 30년의 영구 CB를 발행할 예정이다. 표면이자율(YTM)과 만기보장 수익률(YTM)은 모두 연 5%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심각한 재무 리스크를 안고 있는 데 따른 결정이라는 해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BBB-/부정적’을 받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무려 2410.6%, 차입금 의존도는 61.8%로 2020년 말 부채비율 1171.5%, 차입금 의존도 61.1%에서 지표가 악화됐다. 순차입금 감소에도 대규모 당기순손실 인식과 신종자본증권 상환 및 배당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과 엔데믹에 따른 항공업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을 앞세워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승인을 앞두고 있는 만큼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투자 포인트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잠재적 투자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평가다. 계획대로 대한항공이 대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당장 아시아나항공 주가 희석이 예상된다. 또한 1조5000억원의 자금 유입이 예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굳이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한 배경에도 의문점이 실린다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작년 6월 1.5조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일부 지분을 인수할 계획을 세워뒀다. 이 자금 가운데 계약금과 중도금을 제외한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키로 결정했다. 미국·유럽연합(EU)·중국 등 각국 심사 당국의 인수 승인 완료가 전제 조건으로 꼽힌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약 1.5조 규모의 유상증자를 앞둔 상황에서 굳이 영구 CB로 수천억원의 자금을 또 조달한다는 점은 의문”이라며 “브릿지 성격이라기엔 영구 CB이기 때문에 납득이 안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승인이 불발될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위해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영국·호주 등 6개 경쟁당국으로부터 결합 심사를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순탄한 합병이 예견됐지만 최근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3월 두 회사의 합병 심의 수준을 ‘간편’에서 ‘심화’로 격상했다. 중국 경쟁당국까지 한중 주요 노선에 대한 독과점 여부를 깐깐하게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양사 합병 승인에 문제가 생길 경우 아시아나항공 재무 정상화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오히려 아시아나항공 CB에 투자할 잠재적 운용사의 부담감은 커지는 셈이다. 결국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 여부에 상관없이 아시아나항공 CB 투자의 리스크는 여전히 높다는 의미다.
CB 발행 조건 역시 운용사들이 펀드로 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영구 CB 특성상 장기적인 주가 상승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야 하는데 만기가 없는 자산을 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통상 CB 등 메자닌을 주로 투자하는 운용사들은 만기가 있는 폐쇄형 펀드를 운용하는 탓이다.
투자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등급이 BBB-인 회사 채권을 펀드에 담기는 어렵다”라며 “더구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조건이 없어 사실상 전환에 따른 엑시트(투자금 회수)만 가능해 투자 리스크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