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ABSTB 상환 자금보충 미이행" 의사에 갈등 촉발
"사업성 의문이 컸을 것"…상환은 마무리, '소송' 언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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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풍무동 소재 김포공원 묘지(풍무동 산 141-23번지) 공동주택 프로젝트에 공동 참여한 호반건설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하 이베스트증권)이 '자금보충 의무'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계약상 '자금보충자'인 호반건설이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상환을 위한 자금보충을 만기 직전까지 이행하지 않겠다고 나서면서다. 현재로선 상환이 완료된 상태다.
'마지막 만기일 상환의무'는 계약상 호반건설에 있는 까닭에 이베스트증권은 당황한 기색을 내비쳤다. 일각에선 호반건설이 이베스트증권을 믿고 사업에 참여했지만 절차가 까다로운 무연고 묘지 처리 등에 고민이 깊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김포공원 묘지 재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 호반건설이 이베스트증권을 대상으로 소송 가능성을 내비쳤다. 2020년 5월 사업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두 회사가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2년 만에 이 프로젝트는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모양새다.
시작은 좋았다, 대출 구조는 어땠나
해당 김포공원 묘지는 도심일대에 위치해있다. 1989년 묘지 인근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등 도시개발이 진행되면서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빗발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김포공원과 풍무7·8지구 도시개발추진위원회는 묘를 이장하고 주거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해당 사업에 먼저 관심을 보인 것은 이베스트증권이었다. 처음엔 '부동산 PI(자기자본투자)' 방식을 통해 투자하려 했지만 결론적으론 호반건설과 함께 사업을 추진키로 하면서 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됐다. 호반건설도 당시 내부적으로 꽤 괜찮은 딜이라고 평가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두 기업은 프로젝트 관련 대출 실행을 위해 특수목적법인(SPC)인 '킹스팰리스'를 설립한다. 2020년 5월엔 해당 SPC를 통해 자산담보부대출을 기초자산으로 한 35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해당 전단채의 만기일은 2021년 11월이었다. 이후 SPC는 ABSTB의 기초자산인 대출건의 만기를 2021년 11월에서 6개월 연장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자금보충제공자'로, 이베스트증권은 ABSTB에 대한 매입보장을 하는 기관으로 이름을 올렸다.
자금보충제공자인 호반건설은 시행사가 ABSTB의 상환을 할 자금여력이 부족한 경우 SPC에 부족자금을 대여할 의무를 부담하기로 했다. 매입약정을 제공한 이베스트증권은 SPC가 발행하는 단기사채 중 발행일에 매수되지 않은 잔여 단기사채를 매입하는 의무를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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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환은 했지만 깊어진 갈등의 골…'소송' 단어까지
문제는 호반건설이 ABSTB의 만기일이 돌아오더라도 자금보충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SPC엔 여유자금이 부족해 호반건설이 자금보충을 하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론적으로 호반건설은 만기 당일 마감 직전 상환을 마무리했고 20억원가량의 담보대출이 발생했다.
갈등 당시, 실무진들 사이에선 '소송' 얘기도 오갔고, 호반건설은 사내유보금으로 자금보충을 실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베스트증권 측은 호반건설의 입장변화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ABSTB의 마지막 만기일 상환의무는 명백히 호반건설에게 있는 까닭에서다. 계약에 따르면 이베스트증권은 법적으로 상환 의무가 없다.
호반건설이 태도를 바꾼 것은 '책임의 소재' 때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단 이베스트증권이 소개한 프로젝트에 믿고 참여했지만 사업성에 대해 의문이 들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프로젝트 관련해 이베스트증권 내부적으로 반대 목소리가 없지 않았다.
무연고 묘지가 많은 점도 부담으로 거론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무연고 시신을 처리할 때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체 없이 공고하고 해당 사항을 일정기간 보존하여야 한다. 또한 시신을 이장하는 것도 오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호반건설이 느끼기에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수도 있겠다는 부담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현재로선 진행되는 소송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