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확대의 함정…'프리라이더'는 거른다
입력 2022.05.19 07:00
    취재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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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네이버의 '주5일 재택근무' 공식화가 화제다. 주3일 이상 사무실에 출근(타입 O)할지, 주5일 재택근무(타입 R)를 할지 6개월마다 고를 수 있게 했는데, 말 그대로 완벽한 재택근무가 가능한 시스템이다.

      판교의 다른 IT 기업들은 물론 재계 계열사들도 변화하는 근무 방식을 두고 다양한 선택지를 만들려고 한다. 그래야 특히나 재택 근무 선호도가 높은 MZ 세대 인재들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 때문이다.

      그렇다면 100% 재택 근무가 직원들에게 100% 긍정적일까. 특히나 연봉 경쟁 후폭풍을 겪고 있는 IT 업계에선 '이면'에 대해 우려 섞인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엔 스타트업, IT기업, 대기업 할것없이 '업계 최고 연봉'이 최대 화두였다. 몇몇은 최고 연봉을 제시할 수 있는 자신감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물론 몇몇은 경쟁사로의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울며 겨자먹기식도 있었다.

      문제는 이런 고연봉이 기업 재무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유니콘들은 눈덩이 적자를 기록했고 대기업들도 인건비에 발목이 잡히며 시장 컨센서스보다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재택근무는 인건비 고민이 커진 기업들에 나쁘지 않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재택근무 과정에서 누가 '진짜'인지, 누가 프리라이더(free-rider)인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리더의 자질을 갖고 있는 사람은 비대면이 일상화하는 과정에서도 그 실력을 발휘하며 성과를 보여줄테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보여줄 게 더 줄어드는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다" 

      한 IT업계 임원의 얘기를 빌리자면, 재택근무가 프리라이더를 거를 수 있는 '망'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선 그렇게 한번 거르고 나면 '진짜'들에게 더 높은 연봉을 주더라도 전체적인 인건비 증가 속도는 낮출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그러니 누군가에겐 이런 문화 확대를 반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몇년 전 화제가 됐던 킴 스콧의 '실리콘밸리의 팀장들'. 여기서 소개한 팀원의 유형은 '슈퍼스타(업무상황에서 문제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본인의 성과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야심있는 유형)'와 '록스타(조직의 업무환경에 적응하여 문제에 순응하면서 섬세한 업무를 진행하는 유형)'다. 이 둘을 비교하면 비대면 상황일수록 슈퍼스타의 성과가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

      팀장들의 고민은 좀 더 간결해질 수 있다. 평범한 팀원, 낮은 성과를 내고 부정적으로 성장하는 팀원, 낮은 성과를 내고 급격하게 성장하는 팀원은 남아있지 않을테니 말이다.

      재택근무 확대가 정답이냐, 아니냐? 결론은 생각보다 허무할 수 있다.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다 장단이 있다는 것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