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위험해' 몸 사리는 LP들...'셀 다운 불황'에 증권사 고심
입력 2022.05.20 07:00
    상반기까진 셀다운 투자 참여 안 하겠단 기관들
    금리 인상 추이 때문…눈치게임도 지속, 證은 불안
    '사업성' 덕에 셀다운 성공키도, 옥석가리기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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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꾸준히 인상하면서 증권사들은 부동산, 인수금융 등 투자자산 '셀다운'(재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외적 여건으로 투자여력이 줄어든 국내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은 '사업성'을 기반으로 옥석가리기를 하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신규 투자보단 자산 매각에 초점을 맞추자는 기조가 형성됐다.

      기관들은 올해 상반기까진 금리 인상 추이 등 대외적 여건을 지켜보기로 가닥을 잡은 분위기다. 금리 인상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 예측되는 상황에서 섣불리 셀다운 자산을 떠안았다가 손실이 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연간 성과를 내야하는 만큼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형 증권사들은 올초부터 셀다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셀다운은 증권사들이 우선 자기자본과 대출 등으로 대체자산을 매입한 뒤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에 재판매하는 방식이다. 증권사는 셀다운에 실패하면 해당 투자 자산을 떠안아야 하고, 이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높아진다.

      올해 들어 부동산, 인프라 자산, 인수금융 셀다운 모두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지난해 미매각 물량을 남기지 않았던 증권사조차도 올해 해외 인수금융에 대한 대출채권 셀다운에 골치를 앓고 있다. 엔데믹 기대감에도 불구, 해외 호텔 등 관광 관련 부동산 자산도 셀다운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엔 미매각 물량이 하나도 없는 증권사가 나올 정도였는데 올해는 증권사들이 모두 '셀다운' 고민에 빠져있다"라며 "엔데믹 기대감에 관광 관련 부동산 자산 인기가 높아질 것이란 기대에도 불구, 금리 인상기인 까닭에 기관들의 자금이 말랐다"라고 말했다.

      셀다운 부진의 원인으로는 '기관들의 요지부동(搖之不動)'이 꼽힌다. 향후 금리가 여러차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관들은 투자를 꺼리고 있다. 일각에선 '눈치게임에 나섰다'고 평가한다.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 근시일 내 금리가 인상되면 손실을 안을 수 있는 까닭에 '금리 인상기에 누가 먼저 셀다운 투자에 나설까'를 살피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관들의 투자여력이 줄어든 점도 거론된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시중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공제회, 보험사로부터 대출을 받고자 하는 수요가 급증, 해당 기관들의 자금 소진이 상당해졌다. 여기에 금리 인상기까지 덮쳤다. 실제로 보험사는 RBC(위험기준자기자본) 비율이 떨어지며 투자여력이 감소한 상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연준이 50bp(1bp=0.01%p)씩 몇 차례 더 올릴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국내 투자 검토하는 기관들이 움직이질 않고 있다"라며 "올해 들어 LP들의 자금줄이 말라버려서, 섣불리 투자하기보단 상반기까지는 지켜보자는 것이 분위기로 자리잡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신규 투자를 집행하기 전에 미매각 자산을 털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부동산 투자에 집중해오던 한 대형 증권사는 투자심사 단에서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해서라도 셀다운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해외 인수금융을 다수 주선한 국내 금융사도 한 주 간격으로 셀다운 못한 딜(Deal)을 추려 진행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제기된다. 연말엔 성과를 책정해야 하는 까닭에, 하반기부터는 본격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논리에서다. 물론 분위기상, 수익성을 위해 '금리가 높은 딜' 위주로 살피게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간 기관들은 금리가 낮더라도 투자가치가 높은 자산이라면 투자에 나서는 등 '자산'에 초점을 맞춰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도 가능한 인프라 자산 관련 딜을 만들고자 하는 수요도 있지만 이를 소화할 기관이 별로 없다"라며 "그나마 보험사 정도가 될텐데, 보험사들도 금리가 너무 낮으면 투자가 어려울 수 있어 셀다운이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업성'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셀다운이 성공한 사례도 나오고 있다. 투자여력이 부족한 기관들의 '옥석가리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시멘트제조회사 쌍용C&E이 그 예다. 2016년 쌍용C&E를 인수한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는 올해 3월 장기투자를 위한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을 위해 신규 투자자(LP) 모집에 나선 바 있다. 당시 모집에 참여한 LP들은 환경부문의 사업성을 근거로 적극 투자에 나섰다고 전해진다.

      SK온도 마찬가지다. SK온 프리IPO(상장전지분투자), 브릿지론 등 자금조달 단계에 참여한 기관들은 사업성에 대한 신뢰가 상당한 모습이다. 당장은 원자재값 상승 등의 요인으로 실적이 부진하지만, 배터리부문 관련 투자처로는 적합한 기업이라고 평가한다. '프리IPO가 실패하더라도 장기투자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