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횡령 가능성 예의주시
"까다로워질뿐 사고 가능성은 남아"
시스템적 보완ㆍ직업윤리 제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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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권에서 횡령이 잇따르자, 증권업계도 선제적으로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다. 금감원도 증권사에 공문을 돌려 내부통제 실태조사에 나섰다.
실효성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절차적 보완은 업무를 까다롭게만 만들 뿐, 사건·사고를 완전히 막을 순 없다는 것이다. 상호 견제와 감시 등 시스템적 설계와 더불어 직업 윤리 제고 등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증권은 감사팀에서 각 부서별 자금 관리를 강화했다. 특히, IPO팀의 스팩 관련 자금 사용 내역을 꼼꼼하게 보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한 삼성증권 관계자는 "감사팀에서 IPO팀이 갖고 있던 OTP 카드를 회수해가고, 스팩 감사를 위한 회계법인 계약 등 지출 내역을 건건이 보고하라고 지시가 내려왔다"며 "스팩은 사실상 믿음과 신뢰로 굴러가다 보니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횡령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더 예의주시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전사적으로 타사계좌보유현황을 파악해 타사계좌의 인감을 결제업무팀 사용인감으로 변경하고 있다. 또한 각 팀에서 보관하던 타사계좌 매체를 결제업무팀이 일관 보관하기로 했다.
그동안 키움증권은 투자운용본부와 홀세일총괄본부를 제외한 부서의 타사계좌를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엄격하게 관리가 되지 않다 보니 직원이 사용인감과 매체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타사영업점에서는 예치금을 자금팀 계좌가 아닌 타계좌로 출금이체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외에도 재무팀에서 계좌 잔고내역을 모두 뽑아가거나, 내부회계 시스템을 바꾸는 등 다수 증권사에서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감원에서도 지난 12일 '신탁재산의 실재성 및 내부통제 점검'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 증권사에 보내 자산 실재성과 내부통제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최근 각사의 내부통제 강화를 투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아니냐는 평가다. 이전에도 금융권에선 횡령 사건이 이어져 왔고, 드러나지 않고 내부에서 쉬쉬하던 금융사고도 자주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투자증권에서 작년 말 한 부서장이 내부정보를 이용한 차명거래가 적발돼 정직되는 일이 발생했다. 내부 감사 결과 부서장이 배우자 계좌로 몇 년간 SPC에 투자하는 자금 거래 내역이 드러났다. 계좌에는 수백억대의 자금이 있던 걸로 알려졌다. 거래처 등 이해관계자와의 자금 거래를 금지하는 규정에 따라 정직 처분이 내려졌고 이후 해당 부서장은 한투증권을 떠났다.
유진투자증권도 과거 잇따른 횡령 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적 있다. 지난 2019년 부동산PE 직원이 프로젝트 사업비 일부인 13억을 개인 계좌로 빼냈다. 앞서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유진투자증권은 내부통제 강화에 나섰지만, 횡령사고가 다시 발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에도 업계에서만 알음알음 이야기 들리는 횡령 사건도 많은데, 최근 횡령 사건이 워낙 관심을 많이 받다 보니 뒤늦게 내부통제에 나서는 듯하다"며 "우리은행에서 횡령 사건이 발생하던 기간 중 금감원이 11번이나 검사를 실시했지만 횡령을 적발하지 못했다. 이처럼 내부통제 강화로는 횡령이나 내부정보 사용이 까다로워질 뿐 구조적으로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