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회복에 기댄 조기상환 자신감…'우려'도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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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발행하는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의 발행 조건이 화제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업(Step-Up)은 채권 발행 3~5년 뒤에 발동되는데 이전 제주항공 영구채는 1년 뒤면 금리가 2배 가까이 오른다.
회사는 스텝업 조항, 콜옵션 행사 여부보단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정상화에 초점을 맞추어 미래를 대비하고자 한다. 반면 시장에선 여전히 항공시장 개선 기대감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고 금융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이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사모 영구채 1500억원을 발행한다. 발행금리는 연 7.4%지만 1년 뒤 스텝업 조건에 따라 연 12.4%까지 오른다. 이후 매년 1%포인트씩 금리가 인상된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은 '1년 뒤'에 스텝업 조항이 발동하는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보통 금리 인상일은 3~5년 후로 설정된다. 금리 인상 폭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다소 파격적인 조건이라는 인상이 짙다. '중장기적인 재무 개선 목적이 아닌, 당장 필요한 자금을 빌리는 듯한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객수요가 정상화하면 재빨리 차환해 이자비용을 줄이려 '1년 뒤'를 조기상환 가능일로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항공사들이 단기채권을 차환하는 식의 '돌려막기' 전략을 펴는 점도 감안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도 85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권한행사 시점이 도래하자마자 조기상환했다.
'1년만 버티면 된다'라는 의도가 크게 엿보인다는 평가다.
최근 여객 수요는 크게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4월 국제선·국내선 여객 수는 373만4000명으로 3월보다 31.2% 증가했다.
제주항공도 1년 안에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수요가 정상화할 것이란 전제를 바탕으로 포스트코로나에 대비하고자 한다. 스텝업이 발동되기 전에 중도상환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배경이란 설명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1~2년 뒤 영구채 스텝업 조항 발동 가능성보단 당장 1년 안에 나타날 항공업계 시장 변화 대응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이라고 밝혔다.
제주항공 내부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조기상환 가능일 전에 여객수요가 완전히 회복되면 문제 없이 상환이 가능할테니 운영비 등 당장 지출되는 비용을 막을 자금을 조달하자는 분위기다"라며 "하지만 반대의 경우 확대될 이자 부담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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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에 가까운 금리 인상 폭에도 의문부호가 달린다. 제주항공은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을 부여받은 적 없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이 발행한 영구채에 투자할 투자자를 모집하려면 '금리'로 이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평가다. 물론 사모사채는 공모채와 달리 등급을 받아야 할 의무가 없지만 투자자들의 책임이 커지는 등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
우려의 목소리가 없진 않다. 1년 안에 LCC업계 상황이 나아질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평가가 여전하다. 현재로선 여객 수가 최근 회복 양상을 보이곤 있지만, 여객 수요가 거의 전무했던 기저효과를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LCC업황 회복은 향후 2~3년 이상은 더 걸릴 것이라고 본다"라며 "신종자본증권이 자본으로 인식되는 채권이긴 하지만 일종의 부채인 만큼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지속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항공이 올해 채권을 자본 확충에 적극 활용하려는 그 배경도 주목된다. 제주항공은 2년 전부터 해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 총 3500억원가량을 조달했다.
원인으로는 대주주의 지원여력이 줄어든 점이 거론된다. 제주항공이 두 차례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을 택하며, 최대주주(50.99%) AK홀딩스에 재무부담이 가중돼 왔다. AK홀딩스는 보유한 제주항공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도 했는데 이를 두고 유상증자 참여를 위한 자금 마련 차원이란 분석까지 나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지원여력이 많지 않으니 유상증자를 하긴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금리도 계속 인상되는 상황이니 회사채보단 '사실상 1년물 고금리 채권'을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