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자 통해 기반 다져온 한화, 돌연 "국내 투자할 것"
시장 규모 작거나 영업환경 악화…실효성은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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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교체 이후, 대기업들이 속속 내민 국내 투자 확대 발표 자료에 한화그룹도 이름을 올렸다. 한화그룹은 20조원가량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밝히며, 그 대상으로는 에너지(태양광·풍력), 탄소중립(수소), 방산·우주항공 등 3개 사업분야를 꼽았다.
국내 투자 규모를 강조하기 위해, '지난 5년간의 국내외 투자 규모가 22조6000억원이었음'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간 신사업 확대를 위해 투자한 궤적을 감안하면, 대부분 국외 투자였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는 그간 크로스보더 투자를 통해 신사업 기술력 확보에 애써왔다. 태양광, 우주사업은 국내에선 성숙한 시장이 아닌 까닭에 해외에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물색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많았다.
이 와중에 관련 분야에 대한 국내 투자를 늘리겠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실효성 측면에서도 의문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먼저 태양광 부문이다. 중국 태양광 기업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단가 경쟁에 밀린 한화솔루션은 '반(反)중국' 전선을 구축하려는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주로 해외 기업 지분투자를 통해 존재감을 키워왔다. 최근 미국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REC실리콘의 지분을 인수한 것도 그 일환이다. 최근 국내 기업인 웅진에너지 인수를 고민하는 것도 한화의 태양광 밸류체인상 빠진 '잉곳, 웨이퍼 생산 기술'을 인수, 미국에 공장을 설립하기 위함이라고 전해진다.
국내에 '최신 생산시설'을 구축하겠다는 한화그룹의 계획이 얼마나 현실화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중국 기업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 있는 단가를 맞춰 생산하기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업계에서는 한화솔루션이 기존에 보유한 국내 공장 설비를 교체하는 것 정도를 구체적 투자 내용으로 추측하고 있다.
방산·우주산업도 마찬가지다. 관련 계열사인 한화시스템은 원웹을 비롯해, 오버에어, 페이저솔루션, 카이메타 등 해외 기업의 지분을 인수해 저궤도 위성사업과 에어모빌리티 사업에 필요한 기술력을 확보해왔다.
국내 투자처도 마땅치 않다. 특히 우주사업은 정부가 발주하는 프로젝트에 하청기업으로 참여하는 것이 보통적이다. 정부사업에 참여하는 관련 국내 기업들은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거나 낮은 금리로 대출이 가능해 자금 수요도 높지 않은 편이다.
또한 기술력의 측면에서, 협력에 나서긴 쉽지 않을 수 있다. 한화시스템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협력한다는 소식에 매번 업계 관계자들은 "서로 협업할 여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경쟁관계로 인식한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실제로 두 기업은 지난해말 인공위성 관련 연구원 채용건을 두고 소송전에 돌입했고, 한화시스템의 승소로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