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하향조정…신주발행 100% 구조도 고민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잇단 상장 철회 소식에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케이뱅크는 6월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이하 예심)를 신청한다. 다만 기업가치(Valuation)를 보수적으로 산정하여 증시에 연착륙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했던 만큼 밸류 하한선이 정해져있을 것이란 세간의 시선이 많다. 그럼에도, 상장 흥행을 위해 구주매출을 하지 않고 신주 발행만 하여 밸류에이션 부담을 더는 방안도 선택지 중 하나로 논의되고 있는 분위기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6월 거래소에 상장예심을 신청한다. 심사에 45영업일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8월쯤 통과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 씨티증권, JP모간,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상장 공모 시장의 흥행 분위기가 꺾인 가운데, 일정을 예정대로 강행하는 셈이다.
케이뱅크는 'FI 투자금회수(엑시트)' 부담을 지고 있다. 지난해 7월 1조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새로운 FI들을 유치했다. 베인캐피탈, MBK파트너스, JS신한파트너스 등이 주주명부에 새로이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운용업계에서는 "상장을 통한 엑시트를 기대했을 것"이라는 평이 나왔다. 이는 곧 밸류 눈높이를 낮추기 어려워지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케이뱅크는 유상증자 당시 2.2조원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보다는 높게 예상 기업가치를 산정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밸류를 높게 설정하기에 부담이 큰 상황이다. 장외가 기준 6조원대 기업가치를 형성하고 있는 만큼, 그간 케이뱅크의 몸값은 7~10조원 내외로 거론됐다. 물론 증권사들이 주관사 자리 차지를 위해 18조원대로 밸류를 써내긴 했지만, 해당 기업가치를 두고 '무리한 숫자다'라는 평가가 짙었다.
대외적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들이 소화 가능한 물량만을 선택적으로 받아내는 등 옥석가리기가 시작되며 발행사의 상장청사진보단 '공모가'가 중요해졌다. 게다가 유력한 비교기업(Peer Group)으로 꼽혔던 카카오뱅크의 주가도 꾸준히 하락해 공모가(3만900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차별점으로 거론되던 '업비트 제휴'도 최근 루나사태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케이뱅크는 밸류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증시에 입성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구주매출 없는' 공모 구조를 고민하기도 했다. 신주 발행만하는 것을 기준으로, 공모 규모를 1.5조원 수준으로 설정하는 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일부 FI들은 케이뱅크의 성장을 보다 긴 호흡으로 보고자 한다고 설명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상장 초기 단계라서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다"라며 "만약 케이뱅크가 '자본금이 들어오는' 신주발행 만을 하게 될 경우 원하는 공모규모가 어느정도인지를 감안할 때 1.5조원 정도가 거론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밸류를 과도하게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7~8조원 수준에 할인율을 높게 매기는 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밸류에이션 멀티플(PBR 3.5배)을 적용하더라도 케이뱅크의 밸류는 5~6조원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케이뱅크 공모 구조나 밸류에이션 관련해 다양한 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태"라며 "케이뱅크의 성장성을 반영한 지표를 따로 산출해 상장 예심 신청 전에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