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아진 '나스닥행' 기대감…SM엔터 인수 지연
급랭한 투자업계 분위기에 불확실성 증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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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의 기업공개(IPO)가 기약없이 연기되고 있다. 그룹 내 상장 '앞 순서'인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 시기가 불확실한 상황이고, SM엔터테인먼트 인수가 지연되면서 '상장 준비'도 쉽지 않은 분위기다. 카카오엔터가 추가 외부투자 유치 등에 나선 가운데 비교적 냉랭해진 시장 상황도 변수라는 관측이다.
IB(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카오엔터는 주요 글로벌 사모펀드(PEF)를 대상으로 상장전투자유치(프리IPO)를 추진 중이라고 알려진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확정은 아니나 다양한 방안 생각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번 카카오엔터의 투자유치는 상장 시기가 불확실해지면서 다른 방법으로 자금 조달을 모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엔터는 당초 국내 증시 상장에 제한을 두지 않고 나스닥 상장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로서는 국내 시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제도적인 한계 등으로 해외 상장이 쉽지 않은 점도 있다.
1조원대의 거래대금이 거론되는 SM엔터 인수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고려된다. 나스닥 상장을 위해선 해외에서 ‘몸값’을 인정받을 ‘이름값’이 필요하고, 이에 카카오엔터가 글로벌 인지도가 있는 SM엔터 인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최근 들어 협상에 속도가 나고 있다고 전해지지만, 생각보다 거래 성사가 지연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웹툰 등에서 ‘글로벌 라이벌’인 네이버웹툰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고, 카카오 측이 ‘원하는 밸류’를 욕심내기 위해선 국내 시장에서는 힘들어 해외 상장을 아예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4월 이진수 카카오엔터 대표가 외신 인터뷰에서 "2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상장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엔터는 지난해부터 상장 전 ‘몸집 불리기’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북미 기반의 웹툰 및 웹소설 플랫폼인 타파스와 래디쉬를 인수했고, 이후 가수 유희열이 세운 연예기획사 안테나를 인수했다. 이달 19일에는 타파스와 래디쉬를 합병하면서 글로벌 IP(지적재산권) 밸류체인 정비도 나섰다.
상장을 준비 중인 카카오 계열사 중 가장 시기가 임박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상장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카카오엔터로서는 부담이다.
그룹에서 카카오빌리티가 먼저 상장에 나서기로 되어 있어 정확한 추진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워졌다는 평이다. 카카오엔터 과거 카카오게임즈에 순서를 한번 양보한 뒤, 이후 ‘돈이 급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가 연달아 상장에 나서 순서가 더욱 밀리게 됐다.
사안에 정통한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그룹 내에서 카카오엔터 상장은 카카오모빌리티 다음 순번으로 정해 있기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보다 먼저 나올 수는 없을 것”이라며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익이 안 나고 있고, 카카오엔터는 이익이 나는 회사기 때문에 ‘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그룹 내에서 순번이 계속 밀렸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연내 상장을 염두에 뒀지만 아직 거래소에 상장 예심도 청구하지 못한 상태다.
증시 부진으로 대기업 계열사들의 상장도 철회됐고, 카카오모빌리티와 쏘카 등 성장기업들의 예상 기업가치도 하락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올해도 쉽지 않지만 내년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이달 대리운전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기존 대기업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도 사업 확장에 제한을 받게 됐다.
최근 들어 카카오모빌리티 투자자들이 구주 매출을 통한 투자금 회수(엑시트)에 나선 것 역시 상장 연기에 따른 결과라는 해석이다. 글로벌 사모펀드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은 수백억원 규모의 카카오모빌리티 구주를 시장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 그룹 입장에선 카카오모빌리티보다는 카카오엔터가 수익 면에서 양호하기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가 먼저 시장 자금 조달에 나서는 것이 맞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다만 카카오엔터도 상장이 기약없이 밀리면서 다소 ‘조급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엔터는 양호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어서 카카오계열사 내에서도 ‘알짜’로 불리지만, 금리 인상과 증시 침체 등으로 인해 시장 분위기가 많이 바뀐 점이 향후 밸류에이션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과거 PEF 등 투자자들의 카카오 계열사 투자 성공 사례가 이어지며 투자자들이 ‘카카오’만 붙으면 기꺼이 투자에 나서는 분위기였지만, 지난해 말부터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