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투자 회수 주력하거나 안전자산 위주로 딜 물색 중
마른 돈줄에 '신탁사' 찾는 수요↑, 이직 고민도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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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얼마 전에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차환하는데 금리가 2.7~2.8%대더라.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2.3%대였다.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다."
"증권사는 회수가 급해서 돈을 쏘고 싶어도 못 쏘는 상황이다. 이렇다보니 시행사 쪽에서 증권사가 아닌 '신탁사'를 찾는 경우가 늘었다. 개탁(토지개발신탁)으로 많이들 하는 것 같더라."
"대형 증권사들은 금리 상황을 지켜볼 여유가 있지만, 코로나 시대에 부동산 사업을 통해 급격히 몸집을 불린 중소형 증권사들은 여유를 찾기 힘들다. 이직을 고민하는 주니어들도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푸념이 늘고 있다. 금리 인상, 건설비용 상승 등 사업에 불리한 요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부동산PF 시장에서의 증권사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이들은 기존 투자건 회수에 집중하거나 안전 자산 위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급격히 경색된 증권사들의 돈줄에, 신탁사를 통해 필요자금을 조달하려는 시행사의 수요도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동산PF는 증권사들의 호실적을 가능케 하는 '효자 사업'으로 꼽혔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은 해당 사업부문을 통해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 성과급 소식도 연일 화제였다. 특히 지난해 한양증권, 메리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의 부동산금융 관련 임원들이 20~40억원대의 연봉을 챙기며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올해 부동산PF 관련 전망엔 먹구름이 가득하다.
먼저 미국 연준(Fed)이 연쇄적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점이 상당한 부담이다. 증권사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한 것을 체감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자금조달 수단인 ABSTB의 금리가 한 달만에 0.5%포인트 오르는 사례도 나타났다. ABSTB는 통상 만기가 3개월가량으로 짧아 만기 도래 전 차환을 해야하는데, 조달 금리가 계속해서 오르는 셈이다.
또한 철근, 콘크리트 등 자재가격의 상승으로 건설 원가가 오르고 있고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인한 공사기간 지연 등으로 인해 증권사가 감당할 금전적 부담도 커졌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기존 투자건 회수에 집중하거나 안전한 딜 위주로 살피는 모습이다. 불과 지난해 '디벨로퍼'로 거듭나려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최근에는 디벨로퍼 사업의 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 개발사업에 직접 지분투자를 하는 것은 지양하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실무진들의 한숨도 깊다. 이직을 고민하는 목소리도 많아졌다. 중소형 증권사에서 대형 증권사로의 이직을 비롯, 분야를 완전히 바꾸는 안도 고민하는 모습이다. 타 부서에 비해 부동산PF는 팀장급의 연령대가 낮은 편인데, 이들의 이적 고민도 큰 편이다.
대형 증권사들은 금리 추이를 지켜보며 해외보단 국내에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다만 국내의 상황도 녹록지 않은 까닭에, 중도금반환채권이나 입찰보증금을 유동화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도 물색 중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확실치 않은 등 미래 예측 가능성이 떨어져 투자하기엔 좋지 않은 환경이긴 하지만 국내외 딜을 꾸준히 물색 중이다"라며 "국내도 상황이 좋진 않다. 최근엔 대구, 제주, 세종 지역의 분양가가 크게 오르지 않는 분위기다. 이에 더해 공사대금까지 오르니 증권사이 가져갈 수 있는 수수료도 줄어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신탁사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토지개발신탁(개탁) 수요가 증가했다. 개탁은 토지소유자의 토지를 신탁사가 직접 수탁, 개발까지 하는 제도다. 신탁사는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한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직접 자금을 지원해준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돈줄이 마른 증권사를 신탁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다"라며 "신탁사는 증권사에 비하면 지는 리스크가 크지 않은 편이다"라며 "주로 차입형 토지신탁 형태기 때문에 직접 개발해서 후분양 등을 통해 수익을 얻곤, 이를 토지 주인에게 지급하고 남는 것을 이익으로 가져간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