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면 언급에 삼성 준법감시위 '격하'한 이찬희 위원장
입력 2022.06.08 07:01|수정 2022.06.0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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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의 사면론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법감시위)가 가세했다. 이찬희 준법위 위원장은 “최고 경영진이 재판 때문에 제대로 경영할 수 없다는 것은 국민의 피해이다. 국민의 뜻에 따라 결단을 내려줬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강조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촉구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경영활동을 감시하는 유일한 기구의 수장으로서 부적절한 발언으로 비쳐질 여지가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의 근간은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 과정에서 법원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권력의 집중을 방지하고, 그룹 경영 활동에 불합리한 사안들을 감시하도록하는 ‘외부기구’ 역할이 존재의 이유다.

      1기 준법감시위의 성과라면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4세대 경영 승계를 이끌어 낸 것을 꼽을 수 있지만 지난해 초 열린 고등법원의 파기환송심에선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이 인정 받지 못했다. 준법감시위의 출범이 이재용 부회장의 양형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삼성그룹의 기대와 달리 양형에 긍정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는 요인도 되지 못했다. 

      준법감시위는 출범 이후 그룹 경영진 또는 실무진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보긴 어려운데, 활동 기간 지배구조 개편을 비롯한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평가하기도 어렵다. 이것만으로도 준법감시위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올해 출범한 2기 준법감시위, 그리고 새롭게 취임한 이찬희 위원장은 많은 숙제를 안고 있었다. 최대 난제로 꼽히는 지배구조 개선과 노동 인권 문제 해결 등의 기반을 다져야하고 최고 경영진과 오너일가, 경영인들의 감시기능을 강화해 스스로 존재해야할 이유를 마련해야했다.

      수많은 본질적 역할을 제쳐둔 상태에서 준범감시위 위원장이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논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준법감시위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같은 기업과 경영인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경영인 단체와는 역할과 성격이 확연히 달라야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민의 뜻’이라며 위원장이 앞장서는 모습을 보면 준법감시위 자체의 경영인 감시 기능이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느냐에 대한 물음을 갖게 된다.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이 삼성그룹 경영의 위기라는 ‘공식’은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한다. 작동여부를 떠나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각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며 최고경영진과 이사회 구성원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경영구조는 준법감시위가 추구하는 오너에 집중한 권력의 분산을 의미한다. 이찬희 위원장 또한 올해 초 취임사에서 “견제와 균형의 올바른 작동을 위하여 권력은 분산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 위원장이 취임한지 반년이 지난 지금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을 받음으로써 제대로 경영을 할 수 없고, 이 피해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이야긴 결국 권력의 분산, 삼성그룹의 이사회 중심 경영이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는 말과 일맥상통해 보인다.

      사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를 보면 경영활동의 제약을 느끼긴 어렵다. 대통령 행사는 물론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횟수가 늘었다. 최근엔 6년만에 호암상 시상식에도 모습을 비쳤다. 7일에는 유럽 출장길에 올랐는데 후속 조치로 대규모 M&A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최근 450조원 투자를 발표하며 “목숨 걸고 앞만 보고 간다”는 메시지를 냈을 정도로 수년 간의 공백이 무색할만큼 재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래서)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 등 사면론에 힘을 싣기 위한 발언으론 그 근거와 논리가 상당히 비약하다. 이찬희 위원장과 준법감시위가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론을 주장하기에 앞서, 준법감시위 스스로가 삼성의 유일한 외부 감시기구의 존재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진정한 ‘국민의 뜻’에 맞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돌이켜 봐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