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일' 나스닥行 야놀자, "엔데믹 기대" vs. "여전히 거품"
입력 2022.06.10 07:00
    소프트뱅크, 계획대로 상장 원한다는 의견 전달
    해외에서 인지도 미미하다는 점은 밸류에 악영향
    주력으로 미는 클라우드 사업은 경쟁력 미미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기업공개(IPO) 시장 열기가 식었지만, 글로벌 여가 플랫폼 야놀자는 하반기 미국 나스닥 상장을 계획대로 준비 중이다. 야놀자는 리오프닝 수혜를 기대하며 계획대로 IPO를 진행한다는 입장인데 투자업계에서는 여전히 밸류에 '거품'이 껴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야놀자는 올해 3분기 말에서 4분기 초 나스닥 입성을 목표로 IPO 절차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웹툰·두나무·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미국행이 언급됐던 기업 중 올해 상장을 추진하는 곳은 야놀자가 유일하다. 최근 사내 변호사를 대거 확충하고 있는데, 상장을 위해 사전 준비에 나서고 있다는 후문이다.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등으로 미국 증시가 타격을 받으며 IPO 열기도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야놀자가 상장을 강행하는 이유는 '리오프닝주 수혜 기대감'으로 풀이된다. IPO를 미룬다고 당분간 장이 더 좋아질 거란 확신이 없다는 점도 한몫한다.

      야놀자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플랫폼 부문은 올해 본격적으로 리오프닝 수혜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팬데믹 기간 악화된 국내외 영업환경이 엔데믹을 거치며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야놀자는 국내외 숙박 외에도 레저·액티비티·교통 등 여러 서비스를 확장해왔다.

      주력으로 내세우는 클라우드 서비스 또한 리오프닝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수경 KB증권 연구원은 "야놀자는 적극적인 M&A 및 글로벌 고객사와의 파트너십을 구축해왔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부진했던 여행 관련 사업들이 재개되면서 클라우드 부문의 외형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만 인터파크·데이블·산하정보기술(호텔 자산관리 시스템)을 인수했고 트러스테이(프롭테크)·야놀자클라우드를 설립하는 등 IT 기업 인수·설립에 나서고 있다.

      야놀자에 2조원가량 투자한 소프트뱅크도 시장 상황은 좋지 않지만, 계획대로 상장하길 원한다는 의견을 야놀자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놀자는 지난 7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II로부터 2조원대 투자(구주 및 신주)를 유치해 기업가치 8조원 이상을 인정받았다.

      투자업계에서는 나스닥이 야놀자의 기업가치(밸류에이션)을 받아줄 수 있겠냐는 우려가 크다. 일부 초기투자자는 현재 야놀자 가치에 여전히 '거품'이 껴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해외에서 야놀자의 인지도가 미미하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국내 숙박앱 시장에서는 점유율 70%로 독보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온라인여행플랫폼(OTA) 시장은 글로벌 기업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익스피디아·부킹홀딩스·트립닷컴·에어비앤비 등 4개 그룹사는 2020년 기준 OTA 시장의 97%를 차지했다. 야놀자 1분기 매출 중 해외 매출은 62억원으로 전체(1005억원)의 6.2%에 불과하다.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아직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클라우드 기반 공간 솔루션'을 사업모델로 내세우며 숙박 플랫폼에서 테크기업으로 변모하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올해 1분기 매출 중 클라우드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로 전분기 7.6% 대비 늘어났지만, 주력사업으로 내세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야놀자클라우드의 주력 사업인 호텔 자산 관리 시스템(PMS)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파편화돼있어 특정 기업이 표준화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2019년 기준 1위 업체인 오라클호스피탈리티도 점유율은 6.3%에 불과하며, 야놀자는 3.8%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 증권사의 비상장기업 평가 연구원은 "해외에 이미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 B2B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결과는 없다"며 "아웃바운드(내국인 해외관광)도 국내에서 독점적으로 시장을 가져가는 곳이 없고, 오히려 마이리얼트립이 뜨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야놀자의 인터파크 기업결합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 경우, '몸집 불리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24일 공정위는 야놀자의 인터파크 여행·공연 예매 사업부 인수에 대해 심사에 들어갔다. 인터파크 인수에 차질이 생기면, 연 매출 3조원 규모의 인터파크를 통해 밸류를 높일 계획도 수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