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넘어 국내 시장에 파급...코스피 3.4% 폭락ㆍ환율 급등
16일 美 FOMC가 가늠자...7월 기준금리 75bp 인상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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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월요일(black monday)이었다. 1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1.36포인트, 3.52% 하락한 2504.51로 거래를 마감했다. 연중 최저치이자 최근 52주 최저치로, 지난해 6월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3316.08대비 25% 떨어진 수준이다. 연초 대비로는 16%나 하락했다.
현지시간 10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포의 원천이었다. 5월 미국 CPI는 전년동기 대비 8.6% 올라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에너지 등 변동이 많은 상품을 제외한 근원CPI 역시 6.0%올라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다.
폭등한 에너지 가격이 '인플레이션 2분기 피크아웃론'을 무력화시켰다. 지난 5월만 해도 2분기 중엔 역기조효과로 인해 전년대비 인플레이션 상승치가 둔화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평균적인 의견이었다.
9월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기준금리 인상을 멈출 것이란 '희망'이 미국은 물론, 주요국 증시 반등 랠리를 이끌었다. 6월, 7월, 9월에 50bp(0.5%포인트)씩 인상해 '중립금리'로 여겨지는 2.50%에 안착하면, 금리 인상 기조가 얼추 마무리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던 시기였다.
이 희망을 짓밟은 게 5월 미국 CPI였다. CPI 발표 이후 시장은 7월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75bp 인상)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현재 인상 기조로는 인플레이션을 막을 수 없으며, 시장에 좀 더 '충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가격을 낮추려면 수요를 줄이거나 공급을 늘려야 하는데, 코로나19 여진과 전쟁 등으로 인해 공급을 갑자기 늘릴 순 없으니 통화정책을 통해 수요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의 기준금리 인상 정책으로는 수요를 효과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 입증됐으니 더 큰 '긴축 충격'을 통해 수요를 '파괴'해야 한다는 매파적 주장이 실현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는 것이다.
이런 비관론으로 인해 지난주 금요일 미국 시장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미국 국채 3년물 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3.3%를 넘어섰고, 증시 주요 지수는 3% 이상 급락했다. 이 여파는 주말을 넘어 국내 시장에도 고스란히 미쳤다. 한국 국채 3년물 금리는 6% 급등하며 10년만에 장중 3.5%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코스피 지수는 물론, 코스닥 지수도 함께 무너졌다.
외국인이 코스피와 선물 시장에서 1조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을 이끌었다. 안정되는 듯 하던 원달러 환율도 1285.0원으로 다시 급등했다. 이날 2400여 국내 상장 종목 중 94%인 2260여 종목이 하락했다.
국내 대표주인 삼성전자는 2.66% 하락하며 6만21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새로 썼다. SK하이닉스 역시 9만9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으로 10만원선을 내줬다. 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주 및 보험주 역시 모두 2~4%대 하락세를 보이며 약세를 보였다. 금리 인상 수혜보다는 수요 파괴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더 많이 반영된 시장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발작'이 일시적일지, 추세적일지는 16일 진행 예정인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만약 이날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이 공식화한다면, 금융시장은 다시 한 번 몸살을 앓을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증시 역시 이 여파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한 증권사 시황 담당 연구원은 "코스피 2500은 12개월 트레일링 주가순자산비율(PBR) 0.98배로 이론적인 의미에선 '락 바텀'(단단한 바닥)이라고 볼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긴축에 대한 대내외 공포감이 극대화한만큼 일시적으로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