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고민 깊은 SK그룹, 계열사 대표 평가장 될 확대경영회의
입력 2022.06.15 07:00
    SK그룹, 17일 확대경영회의서 현안 상황 점검
    횡보하는 계열사 주가 관리 핵심 의제 될 듯
    사실상 올해 마지막 계열사 사장단 평가 자리
    계열사에선 ‘주가 분석 의미 있나’ 볼멘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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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그룹이 이번 주 확대경영회의를 개최하는데 핵심 화두는 '주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주식 시장이 침체를 겪고 파이낸셜 스토리 수행 전략도 차질을 빚으며 각 계열사들이 주가 관리에 애를 먹는 분위기다. 이번 회의는 사실상 올해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수장을 평가할 수 있는 마지막 자리다. 회의 분위기에 따라 계열사 사장들의 하반기 이후 입지가 달라질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SK그룹은 오는 17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확대경영회의를 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수석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회 의장, 각 계열사 대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SK그룹 측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탄소중립(Net zero), 기업가치 제고 등 큰 화두를 계열사들이 어떻게 해왔고 해나갈지를 공유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확대경영회의에선 계열사 기업가치 제고, 궁극적으로 주가 관리 방안이 핵심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2020년 10월 ‘파이낸셜 스토리’를 천명한 후 선제적으로 움직여 성과를 냈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대내외 악재 속에 주가 흐름이 썩 좋지 않아 고민이 될 상황이다.

      SK그룹은 확대경영회의를 앞두고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용역을 맡겼다. 컨설팅 주제는 계열사 주가 및 주식 시장의 거래 배수(멀티플)와 관련된 것이며, 계열사 사장들이 이에 대해 토론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과 올해의 멀티플이 어떻게 바뀌었으며, 산업군 내 경쟁자 혹은 계열사간 멀티플 배수 차이는 어떤지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 SK그룹은 지난달 제주포럼 때도 크레디트스위스(CS)에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해 주가를 끌어올릴 방안에 대해 컨설팅을 맡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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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주가를 끌어올릴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인데 계열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최근 주가 횡보엔 통제할 수 없는 외생 변수의 영향이 컸던 데다, 시장의 시선이 이전처럼 우호적이지 않은 영향도 있었기 때문이다.

      SK그룹 계열사들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리한다는 평가도 늘고 있다. 시장과 시각차를 보이다 상장(IPO)이 무산된 사례들이 나왔고, 재무적 투자자(FI)와 1년 가까이 투자 유치를 논의하다가 거래 상대방을 바꿔 빈축을 산 회사도 있었다. 일부 제조 계열사에 대해선 일감도 많고 투자도 많이 한다면서 왜 매크로 타격은 경쟁사보다 크게 받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선도했던 ESG 투자 열풍은 점차 가라앉고 있다.

      확대경영회의는 계열사 사장의 공과도 평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7~8월은 국내외 여름 휴가 기간으로 사업 진척이 더딘 시기다. 10월이 넘어가면 큰 틀에서 인사 검증이 마쳐진 상태에서, 다음해 사업 전략을 짜는 데 분주해진다. 그러니 사실상 이번 회의가 올해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사장의 성적표를 매길 마지막 시기인 셈이다.

      지지부진하던 인더스트리 소재사업 부문(필름사업) 매각을 성사시킨 SKC처럼 확대경영회의를 앞두고 성과를 알린 곳도 있지만, 많은 계열사가 연초 대비 부진한 주가에 고심하고 있다. 계열사들은 회의에서 어떤 회사 사장이 그룹 수뇌부로부터 공로를 인정받고, 어떤 사장이 질책을 받을지 시선을 모으고 있다. 회의 때 분위기가 어땠느냐에 따라 하반기 이후 사장의 입지가 달라질 것이란 평가다.

      계열사 사이에선 이런 장세에서 주가 멀티플을 논하는 것이 의미가 있냐는 볼멘소리도 나오는 분위기다. 작년과 올해의 시장 온도차가 크고, 산업군 안에서도 성장성이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곳이 나뉜다. 이종 산업 계열사간 비교도 큰 의미가 없다. 이론을 열심히 따져봐도 주가는 그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그룹 수뇌부는 각 계열사에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됐던 사례들은 분석하고 집중해서 수행할 것을 주문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물적분할 후 상장’처럼 갈수록 호재와 악재를 분간하기 어려워지고 있어 계열사들이 적극 경영 판단을 내리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SK그룹 계열사들이 시장 자금은 다 끌어다 썼는데 주가는 힘을 못쓰니 기관투자가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며 “그룹 내부에선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고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기술적인 고민만 하는데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시장의 신뢰도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