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자회사 순익 절반 횡령ㆍ직원 구속에도…대표는 퇴임하며 억대 성과급?
입력 2022.06.15 07:00
    취재노트
    신홍섭 前 KB저축은행 사장, 단기ㆍ이연 성과급 모두 받아가
    경징계 처분은 성과급 삭감 사유 아냐...'솜방망이' 징계 평가
    아무도 책임 안지고 횡령 손실ㆍ브랜드 평판 하락 주주들만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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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저축은행에서 올해 제2금융권 최대 수준의 횡령 사고가 발생했지만, 책임을 지는 사람은 사실상 없었다. 사고 적발 당시 경영을 총괄했던 전임 사장은 임기 만료 퇴임 후 경징계 처분을 받았다. 보장받은 성과급도 전액 수령했다.

      1등 금융그룹이라고 하는 KB금융조차 관리 소홀로 발생한 내부 사고에 대해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시스템이 마련돼있지 않았다. 그 사이 지주의 주식을 들고 있는 주주들만 횡령으로 인한 직접적 손실은 물론 브랜드 평판 저하로 인한 타격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신홍섭 전 KB저축은행 사장은 내부 직원의 94억원 횡령 사건과 관련, 지난 3월 금융당국으로부터 경고 수준의 경징계를 받았다. 신 전 사장은 지난해 12월을 끝으로 4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번 횡령 사건 관련, 등기임원급 최고경영진이 징계를 받은 건 신 전 사장이 유일하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솜방망이 징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 전 사장의 퇴임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지는 것과는 다소 무관한 분위기였다. KB저축은행 대표이사 교체는 지난해 12월 16일 지주의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횡령 사건이 확정된 내부 감사 결과는 같은 달 22일 나왔다. 1960년대생 중반으로 계열사 대표이사 세대교체가 진행되며, 1962년생인 신 전 사장이 물러날 때도 됐다는 게 중론이었다.

      금융권에서 더 큰 이의를 제기하는 부분은 성과급이다. 신 전 사장은 경영 성과에 따른 성과급도 문제없이 전액 수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KB금융지주의 임원 성과급 체계는 단기성과급과 이연장기성과급으로 나뉜다. KB저축은행은 신 전 사장의 퇴임 당시 2021년 경영 성과에 따른 단기 성과급은 지급했고, 이연장기성과급은 지급을 보류했다. 이후 경징계가 확정되자 이연장기성과급 역시 모두 지급했다.

      금융회사의 임원이 중징계를 받을 경우 성과급을 삭감한다. 그러나 이번 횡령 사건의 경우 경징계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성과급이 삭감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KB저축은행의 임원변동성과급 지급 총액은 약 15억원으로 2020년 6억5000만원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번 사건에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난 횡령액은 KB저축은행의 2021년 연간 당기순이익 225억원의 41%에 달한다. 회사 연간 순이익의 거의 절반 수준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사건 발생 기간 회사를 경영한 최고경영자는 억대의 성과급을 문제없이 받고 퇴임한 셈이다. 경징계였기 때문에 향후 금융회사 재취업에도 걸림돌이 없다.

      KB저축은행은 KB금융지주의 100% 자회사로 이번 사고로 인한 재무적 손실은 KB금융지주의 연결재무제표에 반영된다. 올해 제2금융권 최고액 금융사고라는 평판 리스크 역시 KB금융지주에 귀속된다. 이로 인한 손해를 모두 KB금융지주 주주들만 떠안은 형국이다. 횡령 직원 구속 소식이 전해진 지난 8일 이후 3거래일간 KB금융지주 주가는 3.4% 하락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내부직원 횡령 등 관리 소홀로 인한 금융사고와 관련해서는 최고경영자의 책임을 확실히 추궁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불거진 우리은행 600억원 횡령사고의 경우 해당 계좌에 대한 관리 권한을 횡령 직원이 수년간 독점하고 있었다. 이번 KB저축은행 역시 해당 직원이 본부장 도장 사본 등 내부 문서를 위조한 정황이 파악됐다.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었으면 방지할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KB저축은행의 경우 비교적 최근까지 내부 결재 시스템의 일부가 수기로 이뤄지는 등 내부 통제 시스템상 미진했던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간판만 1등 금융지주 계열사였을뿐 업무 시스템은 중소형 저축은행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와 관련, KB저축은행은 "근로계약상 성과급 삭감 사유에 해당하는 징계가 아니었다"라며 "이연 성과급 지급에 대해서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며, 성과급에 따른 보상 정도는 개인정보와 관련된 부분으로 공시 외적인 부분에 대해선 확인이 어렵다"고 해명했다.

      해명을 받아들인다 해도 의문은 남는다. 직을 던져 책임을 진 것도 아니고, 억대 성과급도 모두 수령해갔다. 횡령으로, 성과급으로 회사에서 돈이 줄줄 새는 상황을 주주들이 언제까지 용인해주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