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 대신 SI 위주에 ‘성장 위한 상장’에 집중 가닥
공모규모도 줄일 가능성...시가총액 1조 초반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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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상장이 임박한 차량공유 회사 쏘카가 공모 흥행을 위해 직전 투자 당시보다 공모가를 낮추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총 시가총액 역시 기존 예상 기업가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싸늘하게 식어가는 공모 시장의 분위기 속에서 엔데믹(코로나의 풍토병 변화) 수요를 잡기 위한 전략적 방안으로 풀이된다.
쏘카가 차량공유 ‘플랫폼’ 회사의 이미지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떨쳐내는 것은 남은 과제다.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공유 기업들의 수익성 지표가 악화되는 가운데 쏘카가 이들 기업과 차별성 부각에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최근 공모주 시장 상황을 감안해 공모가 범위와 공모규모를 대폭 낮추는 방안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모가 범위는 롯데렌탈이 지난 3월 쏘카에 투자할 당시 단가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쏘카는 올해 상반기 약 18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며 롯데렌탈을 3대 주주로 맞이했다. 쏘카의 이재웅 창업자(최대주주)와 SK㈜가 각각 1대, 2대 주주를 차지하고 있다. 당시 롯데렌탈의 투자 단가는 약 4만5200원으로 약 1조3000억원 수준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최근 레이저쎌, 범한퓨얼셀 등 덩치가 비교적 작은 기업들은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 IPO) 당시 투자 단가보다 공모가를 낮춘 바 있다. 쏘카와 같이 조 단위 기업가치(Valuation)를 보유한 상장 준비 기업이 파격적으로 공모가를 줄인 것은 드문 사례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꺾인 데 따른 선택으로 풀이된다.
통상 상장 과정에서 공모가 및 공모규모를 낮추는 데 재무적투자자(FI)들의 반발이 거세다. 앞서 원스토어와 SK쉴더스 역시 발행사와 FI의 줄다리기 끝에 상장이 철회된 측면이 있었다. 다만 쏘카의 경우 주요 투자자가 대부분 전략적투자자(SI)라는 점에서 앞선 사례와 차이점이 있다는 평가다.
롯데렌탈은 올해 초 쏘카에 투자할 당시 최대주주의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팔 권리) 및 우선매수권을 지정해뒀다. 장기적으로 쏘카 지분 매입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세 차익 실현을 위해 상장 직후 지분을 팔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쏘카 성장을 도모해 추후 인수까지 고려한다는 계획에 무게가 실린다.
당장 공모자금을 수혈해 성장 모멘텀을 놓치지 않는다는 쏘카의 경영적인 판단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다.
현재 1%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재무적투자자(FI)는 IMM PE가 유일한데 쏘카에 투자한 지 약 4년이 지난 만큼 투자 단가가 낮다. SK㈜ 역시 비슷한 시기 쏘카에 투자한 데다 롯데와 마찬가지로 사업적 협력을 염두에 둔 전략적 투자 성격이 짙다.
쏘카로서는 당장 기업가치를 낮추더라도 성공적인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 더욱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다소 공모 규모를 줄이더라도 성장 모멘텀을 놓치지 않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엔데믹(코로나19 풍토병화)과 맞물리며 쏘카 등 카셰어링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급증한 국내 여행 수요에 렌터카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관광 건수가 회복되자 제주도 등 주요 관광지의 예약률은 90%를 웃돌고 있다. 지난 1분기 쏘카 역시 매출 약 68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4.6% 증가했다.
쏘카는 이 같이 수요에 맞춰 하루 빨리 차량 공급량을 충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기준 BEP(손익분기점) 달성으로 잠재적 투자자들의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최근 투자시장에서는 우버, 리프트 등 해외 차량 공유 ‘플랫폼’ 회사들의 자립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 임금 인상으로 운전자 채용을 위한 인센티브(장려금) 비용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쏘카는 해외 기업들과 달리 자차 보유량 증대를 통한 비용 통제 가능성을 부각할 계획이다.
구주매출을 없애는 방안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주 100%를 꾀할 경우 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이 그만큼 더 많아지고, 이를 고스란히 신규 투자금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쏘카 관계자는 “증권신고서가 제출되기 전까지 공모가격이나 구주매출 여부 등 세부 사항은 말씀드리기 어렵다”라며 “최근 주식시장 상황 등과 맞물려 가장 최적의 상장 방안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