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맥도날드 매각, 본사와 관계 설정·사업 턴어라운드 고민
입력 2022.06.20 07:00
    2016년 실패 후 재시도…한국 사업 팔고 로열티만 수취
    로열티 및 점포 규모 유지 위해 깐깐한 계약 제시할 듯
    인수자, 부동산 개발부터 메뉴 출시까지 본사 눈치 부담
    시장 포화 속 실적 개선책 의문…동시다발 M&A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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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맥도날드가 다시 매물로 나왔다. 글로벌 본사에서는 한국 사업을 맡아줄 전략적투자자(SI)를 우선 순위에 두는 분위기다. 인수자는 한국 사업을 주도하게 되지만 본사에 지급할 로열티, 자산 활용이나 매장 운영에서 각종 제약을 생긴다는 점들을 고려해야 한다. 산업군 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적자가 계속된 한국맥도날드의 사업성을 어떻게 개선시키느냐도 인수자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맥도날드 미국 본사는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삼아 한국맥도날드 사업을 인수할 대상자를 찾고 있다. 아직 절차 초기 단계로 2016년 한국맥도날드 매각이 무산된 후 6년 만이다.

      맥도날드는 2000년대 들어 본사 직영보다 프랜차이즈 확장에 공을 들였다. 한 마켓(국가나 큰 지역 단위)의 사업 전체를 현지 지역사업권자(DL)에 맡기는 방법을 적극 활용했다. 이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와 달리 사업자가 부동산·토지 등 자산까지 전부 인수·관리하는 방식다. 본사는 자산·부채를 떨고 로열티만 챙기니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맥도날드 전세계 80개 마켓 중 60% 이상을 DL이 맡고 있다. 맥도날드는 2016년 전략적 파트너(Principle Investor)를 찾는다고 했는데, 이번 매각 역시 DL을 찾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맥도날드 본사 입장에선 투자 기한이 있는 사모펀드(PEF) 등 재무적투자자(FI)보다는 사업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SI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맥도날드를 인수한 곳은 글로벌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상징성을 얻는다. 그만큼 신경써야 할 것도 많다. 지난 매각 때의 고민이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맥도날드 본사와 한국맥도날드 인수자간 마스터프랜차이즈계약(MFA)이 가장 중요하다. MFA에는 매장 수와 시설 관리, 각종 수수료, 식자재 납품 조건 등 영업에 관한 모든 권리·의무 관계가 담긴다. 본사 입장에선 브랜드 가치가 유지돼야 안정적인 로열티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MFA를 깐깐하게 챙길 수밖에 없다.

      마스터프랜차이즈계약 안에서는 점포 수가 핵심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순매출액 5% 수준의 로열티와 신규 개점 시 점포당 4만5000달러(약 5800만원)의 정액 기술료를 본사에 내왔다. 매장을 확장하고 매출이 많아져야 본사의 로열티 수입도 늘어난다. 한국 사업자가 본사와 점포를 늘리기로 합의했다면 그에 따른 부동산 확보 등 부담은 스스로 져야 한다.

      당연히 매장을 줄이기는 어렵다. 한국맥도날드는 ‘부동산 회사’라는 평가도 있을만큼 요지에 좋은 자산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멀쩡한 사업장이 있는 부동산을 새로 개발하거나 쪼개서 파는 것에 대해 본사 동의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은 잠재적 차익 실현 대상이 아니라 '영업자산'으로 묶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 사업자가 나중에 사업권을 팔 때도 본사와 협의를 거쳐야 할 전망이다.

    • 한국맥도날드의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매출은 코로나 팬데믹 여파에도 늘었지만 영업적자는 벗지 못했다. 본사에 주는 로열티 규모와 비슷한 수준의 적자가 나고 있다. 인수자로선 로열티를 내고도 흑자를 남길 방도를 찾아야 하는데 재료비와 인건비, 배달비 부담은 매년 증가 추세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은 식자재의 종류와 크기, 메뉴까지 깐깐하게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얼마나 사업 자율성이 있을지 미지수다. 식품 공급 등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는 기업 정도가 인수할 만하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버거킹, KFC, 맘스터치 등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물과 경쟁해야 한다. 시기가 겹친 것은 물론 M&A 시장의 식은 것도 부담 요소다. 매각가로 1조원이 거론되던 버거킹의 경우 일부 PEF가 관심을 보일 뿐 흥행이 저조한 분위기다. KFC는 KG그룹에 인수된 후 존재감이 줄어들다가 다시 매물로 나왔다. 포화상태에 다가가는 햄버거 시장에 고든램지버거 등 고급 브랜드까지 참전하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가치에는 미래 기대감이 많이 반영되는데 햄버거 사업은 서로 시장을 빼앗을 뿐 시장 규모가 확대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맥도날드 매각 규모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6년엔 3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거론됐다. 거래 규모는 사실상 회사의 자산 가치 수준으로 봐야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물론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 재평가하고, 본사가 상환을 뒷받침하는 부채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업권 가격, 로열티 지급률도 중요한 변수다. 맥도날드 본사의 요구가 많아질수록 인수자가 줘야 할 대가는 줄어들 수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