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미뤄온 숙제 마주하는 삼성…인사 손질 마친 뒤 전략회의 돌입
입력 2022.06.20 07:00
    1년 7개월만에 '5만전자'…6월 회의서 하반기 전략 논의
    연초 불거진 새 리더십 위기론에 수차례 원포인트 인사
    이재용 적극 행보에 묵은 숙제 마주한다는 기대감 큰데
    생태계 구축·M&A 등 쉽지 않은 상황…반신반의 분위기도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반기 중 수차례 원 포인트 인사를 단행한 삼성전자가 이달 말 글로벌 전략회의에 들어간다. 대외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하반기 사업 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새 리더십을 출범하고 조직 개편을 마친 데다 최근 외부 인사 영입과 함께 메모리 출신 인사를 전진 배치한 만큼 5년간 미뤄온 숙제를 본격 마주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21일부터 기기경험(DX) 부문을 시작으로 사업 부문별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고 하반기 이후 사업 전략을 논의한다. 삼성전자는 매년 6월과 12월 국내외 임원들을 불러 모아 전략회의를 가져왔는데, 지난 2년 동안은 코로나로 인해 연말 한차례로 간소화했다.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6월 전략회의를 여는 만큼 현재 시장 상황을 두고 사업 전반 현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연초부터 갤럭시 시리즈 게임최적화서비스(GOS) 사태와 파운드리 고객사 이탈 등 문제를 겪으며 새 리더십에 대한 우려를 겼었다. 17일엔 1년 7개월 만에 주가 6만원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초 고점에 비하면 주가가 38% 이상 하락했다. 공급망 차질과 금리 인상, 중국 지역 봉쇄 등으로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주력 제품 수요 불확실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술력에 대한 우려까지 덮친 결과로 풀이된다. 

    • 5년 미뤄온 숙제 마주하는 삼성…인사 손질 마친 뒤 전략회의 돌입 이미지 크게보기

      지난해부터 기업 설명회(IR)을 통해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설득을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가들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최근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부의 대만 TSMC 추격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 전망이 메모리 경쟁우위에 대한 걱정으로 이어진다고 전해진다. 통합 세트 사업의 생태계 조성 작업과 파운드리 추격 성과뿐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에서의 시장 지위마저 의심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묵은 숙제를 전략적으로 마주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도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말 삼성 서초 사옥에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이후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14일(현지 시각)에는 네덜란드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이튿날에는 벨기에 최대 종합반도체 연구소인 imec를 방문해 루크 반 덴 호브 CEO를 만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엔 부사장급 인사를 포함한 30여명 규모의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송재혁 부사장, 남석우 부사장 등 메모리 출신 인사가 반도체연구소와 파운드리 사업부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말 파운드리 사업부에 대한 경영 진단에 들어갔었던 만큼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관련 업계에선 메모리 반도체에서 증명된 성공 DNA를 이식하기 위해 각처에 메모리 출신 인사를 배치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 4월엔 기존 삼성그룹 내 인수합병(M&A) 키맨이었던 안중현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삼성글로벌리서치(옛 삼성경제연구소) 미래산업연구본부장에 임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삼성증권에서 UBS 출신인 임병일 부사장을 발탁해 사업지원TF에 합류시켰다.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전해진다. 올 하반기엔 글로벌 1위 파운드리사인 TSMC와 3나노미터(nm) 공정에서 맞붙게 된다. 후발주자인 만큼 절대적으로 관련 인적 자원이 부족한데, 메모리에서의 성공 경험을 그대로 적용시키는 데 따른 우려도 있다. 파운드리 사업부 내에서도 당분간은 TSMC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큰 기대감이 전해지지 않는다.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유의미한 M&A도 반도체 업계 전반의 문턱이 높아져 쉽지 않을 거란 목소리가 높다. 글로벌 IB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고는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쟁 무대에 적합한지를 두고선 이견도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하만 이후 경쟁사에 비해 M&A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기대가 여전한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삼성전자 수준의 회사가 반도체 M&A를 통해 경쟁사와 격차를 좁히는 건 쉽지 않다. 그런 수준의 M&A 기회는 이미 물 건너갔다는 시각도 많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