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영역 조정 이후 부동산PFㆍ벤처투자 크게 늘려
매크로 환경 급변에 투자 자산 수익성 꺾일 가능성 커
그룹 내 벤처투자 주체도 여럿..."교통정리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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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금융그룹에서 캐피탈의 입지가 모호하긴 한데 특성화를 잘 했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이런 매크로 환경에서, 이런 사업 구조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을까? 그룹 내 역할과 책임(RNR)관계도 모호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
지난 1분기 신한금융지주 실적 발표에서 가장 주목받은 계열사는 신한캐피탈이었다. 연결 기준 순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서며 3년 전 연간 순이익에 육박했다. 순이익 기여도에서 증권을 제치고 비은행 '탑3'로 올라섰다. 총자산이익률(ROA)은 3.9%로 2020년의 2배를 훌쩍 넘어섰으며, 은행 포함 자기자본 1조원 이상 계열사 중 압도적인 1위였다.
2019년까지만 해도 신한캐피탈은 신한카드의 그늘에 가려진 그저 그런 계열사였다. 연간 순이익 규모도 1000억원을 겨우 넘겼고, ROA는 비은행 계열사 평균에 수렴했다. 다른 지주 계열 캐피탈과 마찬가지로 기업대출과 자동차금융, 중도금ㆍ전세자금대출로 수익을 냈다.
체질이 바뀐건 2020년의 일이다. 그룹 차원에서 소비자금융 부문 조정을 단행했다. 신한캐피탈은 개인금융 및 자동차금융 등 1조원 규모의 자산을 신한카드에 넘겼다. 이후 신한캐피탈은 기업금융과 투자금융, 신기술투자로 영업 방침을 바꿨다.
사업별 자산 구성 추이를 살펴보면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영업부문 조정 이후 신한캐피탈이 가장 급격하게 늘린 자산은 부동산금융과 신기술금융이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관련 자산이 최근 3년간 3배 이상 증가했고, 신기술금융자산도 2.5배 늘었다. 올해 1분기엔 경향성이 더 뚜렷해졌다. 총자산이 8.4% 불어나는 동안 부동산PF 대출은 32%, 신기술금융자산은 11%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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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불과 3년 새 신한캐피탈은 벤처업계의 '큰 손'이 됐다. 신한캐피탈은 600여개의 투자조합ㆍ합자회사에 출자를 단행해 현재 1조원이 넘는 신기술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회계에 반영하는 공정가치 측정 유가증권 규모만 2조4000억여원에 달한다. 신한캐피탈이 1분기에 인식한 '공정가치측정 유가증권 관련 손익'만 540억여원이었다. 캐피탈의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이자마진이 710억여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특성화였던 셈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KBㆍ하나 등 다른 지주계열 여전사가 자동차금융 위주로 성장 방향을 정했는데, 신한캐피탈은 PF와 벤처투자라는 독특한 길을 선택했다"며 "해당 분야의 이익 규모가 증가하며 실적 호조의 핵심 기반이 된 상태"라고 말했다.
2019년에서 2021년 사이, 신한캐피탈의 영업자산은 37% 늘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규모는 119% 늘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투자금융이라는 업은 고수익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신한캐피탈 이익 규모의 급증은 '구조적 성장세'가 아니라 '이익 변동폭 확대'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가치 측정 유가증권의 시가 평가는 회계법인 등 외부평가기관의 평가모형에 따라 이뤄진다. 주로 사용하는 방식은 DCF(현금흐름할인)모형, IMV(관련지수)모형, FCFF(잉여현금흐름)모형 등이다. 이들 모형은 시장 금리가 상승하고 시중 유동성이 줄어들면 기업의 평가 가치가 급감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지금 이익이 크게 증가한만큼, 언제 손실이 크게 발생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시장금리가 급등하고 경기침체(리세션) 가능성이 커진 시점에서는 투자 자산이 사실상 '시한폭탄'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신용평가사들도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신한캐피탈에 대해 '자산포트폴리오 리스크 다소 높은 수준이며, 리스크 증가 추세'라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 역시 '금융시장 변동성에 따른 시장위험 등을 고려하여 면밀한 취급 및 사후관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아예 신용등급 하향 변동요인으로 '자산포트폴리오 리스크가 크게 확대되거나 재무건전성이 저하될 때'를 제시했다.
그룹 내 역할에 대해서도 교통정리가 더 필요할 거란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신한금융그룹 내에는 신한캐피탈 외에도 신한자산운용, 신한벤처투자 등 벤처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계열사가 복수로 존재한다.
전문 VC인 네오플럭스를 인수해 사명을 변경한 신한벤처투자는 운용사(GP)의 역할이다. 신한캐피탈은 주로 투자사(LP) 역할을 맡아왔는데, 지난해 출범한 6000억원 규모 그룹 신기술 투자 펀드에선 GP로 나섰다. 당시 불과 5명의 운용역으로 '그룹 신기술 투자펀드' 운용이 가능한지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LP 역할 역시 신한자산운용이나 신한금융투자와 일부 겹친다.
이렇다보니 그룹 일각에선 최근 신한캐피탈이 그룹의 벤처투자 간판으로 나서는 데 대해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신한캐피탈의 급부상에는 그룹 내 역학 관계와 임원간의 네트워크가 관여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신한캐피탈의 체질 변화를 이끌어낸 허영택 전 사장은 업적을 인정받아 지난해 지주 경영관리를 책임지는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정운진 현 사장은 그룹 GIB부문장으로 그룹의 기업금융ㆍ투자금융 정책을 총괄했던 바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전문 VC들도 실적에 부침을 겪는데 신한캐피탈의 성장이 영원히 이어질 순 없으니 결국 부실이 표면화하는 시점의 최고경영자(CEO)가 책임을 지게 되는 구조"라며 "소비자금융을 카드로 이전하는 것까진 지주가 적극적으로 관여했는데, 이후 캐피탈이 고위험 벤처투자를 대폭 늘린 것에 대해 지주가 세심하게 인지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