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잇는 ‘리오프닝주’ 영구 CB 발행…증시 침체가 흥행 변수
입력 2022.06.21 07:00
    항공사·영화관 업황 회복 기대에 자금조달
    CJ CGV, 1년 만에 대규모 CB 발행 나서
    증시 부진·오버행 우려 등은 변수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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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로나 팬데믹 직격탄을 맞은 ‘리오프닝 업종’이 영구채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CJ CGV와 아시아나항공이 전환사채(CB) 발행에 나섰고, 제주항공도 영구채 발행에 나섰다. 1년만의 공모 CB 발행에 나선 CJ CGV가 시장 악화에도 불구하고 '리오프닝' 기대감으로 또다시 높은 투심을 확보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인다.

      최근 CJ CGV는 4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제35회 후순위 전환사채)를 발행 작업에 착수했다 . 해당 CB는 메자닌 시장 전체에서도 드문 규모다. CJ CGV는 지난해 6월에도 3000억원 규모의 영구CB를 발행했는데, 일반청약에서 인기가 높았다. 

      CJ CGV는 이번 조달로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고, 이후 신용도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CJ CGV는 지난해 3000억원의 CB 발행으로 부채비율을 1412.7%에서 691.8%로 720.9%p 낮췄다. 이번 자금으로 차입금 일부를 상환해 금리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을 줄이고, 일부는 운영 자금에 활용할 예정이다. 

      CB 만기는 발행일로부터 30년이고, 동일한 발행조건으로 만기일을 연장할 수 있어 사실상 영구채에 속한다. 표면 이자율은 0.5%지만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나도록 상환하지 못하면 표면이자율에 2.5%를 가산하는 스텝업 조항이 있다.

      CJ CGV를 비롯해 최근 다수의 기업들이 CB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작년 말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규제 변화로 한동안 CB 발행이 주춤했지만, 최근 시장 악화로 기업들의 조달 옵션이 줄어들기도 했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투자자들도 CB를 다시 찾고 있다. 

      특히 업황 회복을 기대하는 ‘리오프닝주’들의 영구채 발행이 눈에 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악화한 재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자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항공업계 정상화를 기대하며 제주항공은 지난달에만 두 차례에 걸쳐 사모 영구채 1500억원을 발행했다. 빠른 수요 회복을 전제로 해 스텝업 조건을 1년 뒤로 걸면서 ‘당장 필요한’ 조달에 나선다는 평이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달 초 1750억원 규모의 사모 CB 발행을 결정했다. 다만 발행금액은 당초 계획했던 3000억원에서 줄였다. 발행 조건은 괜찮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저조한 채무 상환 능력, 대한항공과의 합병 불발 가능성 등의 변수로 기관 투심이 기대만큼 높지 않았던 탓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특히 공모 CB는 일반 투자자들도 있어 기관만 모아야 하는 부담이 적다보니 증권사들이 많이들 하고싶어 한다”며 “최근들어 미래에셋증권이 CB 주관을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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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CJ CGV의 CB가 일반청약에서 흥행할 지가 관전 포인트다. 공모로 진행되는 이번 CJ CGV의 CB는 7월 7일 전환가액이 확정되면 12~13일 구주주 청약을 하고, 18~19일 일반공모 청약에 나선다. 발행일은 7월 21일이다.

      공모 채권시장에서는 CJ CGV를 향한 투심이 좋은 상황은 아니다. CJ CGV는 지난해 12월 16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위해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대규모 미매각을 냈다. CJ CGV는 공격적인 해외 확장 후 코로나를 겪으며 재무건전성이 빠르게 악화했다. 신용등급은 A+에서 A-(부정적)까지 내려왔다. NICE신용평가에 따르면 올해 3월 CJ CGV의 부채비율은 1942.7%로 총차입금은 3조431억원이다. 현금성자산은 3102억원, 단기성차입금은 7274억원이다. 

      이번 CJ CGV CB의 주식 전환청구 기간은 발행일로부터 1개월 뒤부터 가능하다. 예상 전환가액은 2만7400원으로 제시하고 있다. 업황이 회복 기대감에 따른 주가 상승에 대한 회사측 자신감은 높다고 전해진다. 최근 영화 ‘범죄도시 2’가 코로나 이후 첫 ‘천만 영화’에 오르는 등 죽어있던 영화업계에 활력이 도는 분위기다.

      다만 불투명한 시장 상황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17일 코스피는 장 초반 2400선이 붕괴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CJ CGV의 주가는 17일 기준 5일 연속 하향세다. 엔데믹 기대감에도 지난 1년간 CJ CGV 주가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해 CB를 발행했던 6월 CJ CGV 주가는 3만원대였지만 올초 전환가액(2만 6600원)보다 낮은 1만9000원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연이은 대규모 CB 발행으로 인한 오버행 우려도 있다. 이번 CB 발행규모는 CJ CGV의 시가총액(17일 기준 1조30억원)의 약 40%에 달한다. 앞서 지난해에도 대규모 CB 발행을 해 차익 실현을 위한 오버행 물량 우려가 주가를 압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