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대체투자 EOD 사태 우려…드러나는 뇌관들
입력 2022.06.23 07:00
    기준금리 인상에 글로벌 투자환경 악화…EOD 위기
    북미와 유럽 오피스 및 호텔 자산 중심으로 부실 징후
    LP들도 손실 헤지 고민…후순위대출 손실 처리 촉각
    더욱 어려워진 셀다운 영업…하반기 미매각 줄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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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리상승ㆍ인플레이션 우려ㆍ경기침체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과거 투자활동 가운데 부실 우려가 큰 건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해외 대체투자'가 대표적인 분야로 꼽힌다. 

      이미 긱 금융사들과 기관투자자들은 수년 이내 체결한 해외 거래 중 기한이익상실(EODㆍEvent of default) 가능성이 높은 곳들을 면밀히 검토 중이다.

      지난 2년간 대체투자 강화 분위기 속 비우량 해외부동산에 투자했던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수개월 사이 금리 상승이 가속화되면서 임대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미국 중심지에서도 누적된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 현지 관리단의 채무불이행 선언 사례가 나오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뉴욕 오피스 및 호텔 자산을 중심으로 국내 증권사의 일부 해외 대체투자 거래가 EOD 위기에 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간 국내 대형증권사들은 임차인 분석이 용이한 선진국 주요 도시의 오피스 빌딩 위주로 투자해왔는데, 이중 80% 이상이 북미와 유럽 포트폴리오였다.

      뉴욕 분위기가 침체된 건 이미 수개월째라는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추가 보완공사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공사비가 인상, 사업성이 악화했고 입주자 계약 취소로 공실이 장기화하기 됐다. 이에 임대 운영수익보다도 개발·금융수익 비중이 높은 오피스와 호텔, 콘도 부실 우려가 특히 부각되고 있다. 

      현재 업계에 가장 큰 관심을 받는 거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주도하는 워싱턴 DC 소재 1750K 스트리트빌딩 매각 건이다. 임대차 이슈로 손실 가능성이 언급, 사실상 손절매 수준이란 언급이 나오기 시작했다. 적정 양수인 확보가 쉽지 않을 경우 에쿼티(Equity) 투자자로 있는 신한생명과 사학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손실 가능성이 크다.

    • NICE신용평가는 앞서 초대형 증권사 건전성 저하의 주요 원인으로 해외 대체투자를 지적한 바 있다. 2020년말과 대비해서 미매각 보유분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기자본 대비 비중 기준으로 하나금융투자, 메리츠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이 평균을 상회했는데 이중 하나금투와 메리츠가 임계 수치를 넘어선 곳으로 분석됐다.

      국내 증권사의 한 임원은 "국내 증권사들이 아직까지는 해외 대체투자 딜 소싱 능력이 그리 좋지 못하다. 오피스와 호텔 등 현지 금융사들이 보고 넘긴 것들을 클로징 직전에 들어가거나, 조건을 못 맞춰 후순위로 들어간 건들이 많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손실나면 피를 보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공제회나 연기금 쪽에서도 손실 헤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 기관투자가들은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의 수익률이 저조하자 대거 대체투자로 눈을 돌려왔다. 우량 물건이 한정적이다 보니 후순위 이하로 투자한 사례가 특히 많았다. 자산의 후순위성이 높을수록 부실 발생 시 변제우선순위가 열위해 투자위험이 높다.

      후순위 대출금을 손실 처리하는 기관들이 나올지 주목된다.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해외 대체투자 위험이 전방위적으로 본격화된 상황은 아니나 금리 등 각종 불안정성 이슈로 하방이 경직돼 있다”며 "EOD 이슈를 모니터링 중"이라 전했다. 

      기관 대상 셀다운 영업이 더욱 여의치 않아지면서 하반기 미매각 사례가 잇따를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이에 증권가의 고민은 '신규 투자'보단 '기존 투자건의 셀다운'으로 옮겨졌다. 금리 인상기에 진입하기 직전인, 올초 성사된 해외 인수금융 거래의 경우가 그렇다. 특히 호주 실물자산 셀다운이 유독 어려움을 겪으면서 다수의 증권사가 난처해진 상황이란 전언이다.

      인수금융 업계 관계자는 "실물 자산에 대한 에쿼티 투자가 어려워지다보니 조달금리 자체가 올라가 인수금융 주선기관이 설정하는 손익분기점(BEP) 금리도 전체적으로 1%씩 올라간 상황"이라며 "크레딧보다도 금리 이슈가 셀다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딜은 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기본적으로 몇천억씩 나오지만 국내에선 1000억원 이상 규모가 흔치 않았다. 이에 작년까지 해외 인수금융 전담팀을 신설하는 중앙회들이 많았는데 금리 변수로 상당수가 셀다운 공포에 떠는 상황"이란 설명이다. 

      금융지주 산하 벤처캐피탈(VC) 업계도 비슷한 고민이 전해진다. 이들 중심으로 최근 수년간 인도와 동남아 등 해외 투자 사례가 많았는데, 돌아오는 분기 회계장부에 손실을 반영하는 곳들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됐다. 

      한 대형 VC 임원은 "반기말 기준 영업보고서를 작성하면서 3분기 감액을 인식할 곳들이 꽤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급격한 성장을 요하는 VC 투자 속성상 PEF 투자보다 벤처에서 투자대상 기업이 디폴트에 준하는 상태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