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항공기 금융'…증권업계는 손실 트라우마에 몸 사려
입력 2022.06.27 07:00
    여객 수요 증가에 항공사들 "항공기 도입 예정"
    파이낸싱 소식도…아시아나, 외국계 러브콜 받기도
    손실 본 증권사들은 위축, LCC 항공기 도입 난항겪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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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항공여객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외 항공사들이 항공기 도입에 속속 나서고 있다.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주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대형항공사(FCS) 파이낸싱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그러나 막상 2020년 이전 앞다퉈 항공기 금융을 늘렸다가 결국 손실이라는 쓴 맛을 본 증권사들은 몸을 사리고 있다. 파이낸싱 양극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LCC들은 높아지는 금리 수준에 맞춰 원리금을 상환할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들어 국내외 항공사들이 항공기 도입 계획을 적극적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최근 인도 항공사인 에어인디아는 에어버스 A380 기종 등 최대 300대의 항공기 구매 검토에 나섰고 국내 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이달 말부터 본격 대형 항공기를 투입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 참석해 항공기 도입을 논의하려는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의 행보도 주목받았다. 

      FSC의 경우, 파이낸싱도 어렵지 않은 모습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항공기의 가격이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투자 적기란 평가다. 실제로 지난달 대한항공은 6대 소형항공기(Narrow Body) 도입을 위한 자금 3000억원가량을 국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조달하면서, 유리한 금리 수준을 적용받은 바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아시아나항공도 새로이 도입할 항공기를 위한 금융회사 선정에 나섰다. 외국계 은행들이 대주가 되고, 이에 외국계 보험사가 채무보증을 해주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간 외국계 금융기관들 사이에선 아시아나항공의 자체 신용등급이 낮은 까닭에 파이낸싱에 참여하는 것이 꺼려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22일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선순위채 신용등급은 'BBB-/부정적'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항공사 지원에 적극 나선 전례와 대한항공과의 합병 기대감 등을 감안, 유럽계 대형 은행이 직접 마케팅을 하기 위해 방한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 국내 증권사들은 위축된 모습이다. '항공기금융에 대한 증권사들의 트라우마가 깊다'라는 평이다. 

      이들은 2019년까지 앞다퉈 항공기 금융에 나서왔다. 항공여객 트래픽 상승과 LCC 업체 수 증가 등 항공기 도입 대수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컸고, 저금리 시대임에도 불구, 3~6%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주목 받았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불거졌다. 전세계적으로 항공 가동률이 급감했고 항공사의 지불능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항공기의 가치도 하락하면서 주로 '후순위' 투자에 나섰던 증권사들은 손실을 감내해야 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항공기금융방식은 다양하지만, 에쿼티 형식으로 투자한 증권사들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다 손실났다고 보면 된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항공기 금융 투자를 담당하던 대다수의 증권업계 실무진들도 자리를 비운 상태다. 코로나기간 동안 '투자'보단 '투자자산 관리 및 처리'가 주 업무가 됐고, 본인의 커리어를 위해 부동산 관련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는 후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담보물인 항공기 가치가 떨어져 엔진 등 부품을 매각해 대출을 상환하더라도 선순위로 들어온 은행 등 기관들 정도만 상환받을 수 있는 정도다"라며 "코로나로 증권사들이 항공기 금융에서 손실을 보면서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까닭에, 다시 항공 여객 수요가 늘더라도 증권사들이 다시 항공기 금융에 열을 올리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LCC 항공사들의 파이낸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증권사의 항공기 금융 의지가 꺾이는 등 파이낸싱에 참여할 주체가 일부 줄어든 모양새인 까닭에서다. 일각에선 정부 지원금을 바탕으로 에쿼티를 메우고 나머지를 선순위 대출을 통해 조달하는 안이 거론된다. 국내 은행들의 선순위 대출에 대한 수요도 꽤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LCC의 경우 여객 수요가 완벽히 회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금리 수준에 맞춰 이자까지 지불하긴 쉽지 않을 수 있다"라며 "항공사의 신용이 아닌 정부가 채무보증을 해주어 금리 수준을 다소 낮춰주지 않는 한 중고 항공기를 재사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