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테일러메이드’ 잡음...센트로이드PE, 민사소송 피소
입력 2022.06.29 07:00
    테일러메이드 ‘소개’ 주장 베터인베스트 자문료 요구
    센트로이드 측 “경쟁입찰로 진행, 딜 성사와 인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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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작년 조 단위 '테일러메이드' 경영권 인수를 달성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센트로이드 인베스트먼트가 소송에 휘말렸다. 

      한 투자자문사가 센트로이드에 이 거래를 소개하고, 테일러메이드 글로벌 경영진 미팅까지 성사시켜줬음에도 불구, 약속한 자문 용역비(Finder's Feeㆍ거래중개 수수료)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이에 센트로이드 측은 해당 자문사는 거래 성사에 기여를 하지 않아 용역비를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센트로이드PE는 작년 5월 1조9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골프용품 회사 테일러메이드를 인수했다. 이때 테일러메이드 최대주주였던 미국 PEF 운용사 KPS캐피털파트너스는 매각주관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 해외 및 국내 원매자를 접촉해왔다. 

      이 무렵 센트로이드는 국내에서도 소규모 딜을 해본 경험이 거의 전부였고, 매각 측도 센트로이드의 '자금조달 능력'과 '거래평판'에 의구심을 가져 이를 확인하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후 새마을금고 중앙회가 센트로이드에 자금을 대는 점이 확인되며 거래가 성사됐다. 

      거래가 성사된 지 1년이 지난 지금, 투자자문사인 베터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이하 베터인베스트)는 자신들이 이 거래를 최초 센트로이드에 소개하고 거래성사에 큰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 약속한 중개 비용을 못받았다며 소송을 걸었다. 

      베터인베스트는 2011년 류승범 대표가 설립한 투자자문 및 투자컨설팅 회사다. 2019년 센트로이드PE가 국내 사모펀드 옐로우씨매니지먼트와 컨소시엄으로 코오롱화이버를 인수할 당시 인연을 맺어왔다. 회사 측과 업계에 따르면 이때 류 대표의 네트워크를 통해 코오롱그룹과 센트로이드PE의 만남이 성사됐고, 이 대가로 베터인베스트는 센트로이드로부터 1억원 가량의 자문료를 받았다. 

      이후에도 류 대표와 베터인베스트는 여러 딜을 소개하며 정진혁 센트로이드PE 대표와 친분을 맺었고, 이 과정에서 2020년 9월 테일러메이드 글로벌 본사 대표이사인 데이비드 에이블리(David Abels)를 센트로이드PE에 소개했다. 당시 에이블리 대표는 테일러메이드 매각 과정에 참여하고 있었으며, 류 대표 소개로 센트로이드PE의 매수 의향 소식을 듣고 정진혁 대표를 비롯한 센트로이드 관계자와 화상회의까지 진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 서비스를 제공한 지 약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래 주선비용을 받지 못했다고 베터인베스트는 주장하고 있다. 이에 센트로이드PE를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 이달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0민사부는 두 회사간 용역비용 지불과 관련 공판을 진행하기도 했다. 테일러메이드 거래 에쿼티 규모가 약 6000억원 수준으로 약 1%에 이르는 50억원 가량의 수수료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와 관련, 베터인베스트는 1) 센트로이드와 베터인베스트 양측이 이전부터 이 거래가 경쟁입찰(비딩)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2) 애초에 류 대표의 소개가 아니었다면 센트로이드PE가 경쟁입찰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화상회의 과정에서도 테일러메이드 측이 센트로이드의 인수금융 조달 여력에 대해 의구심을 표현하자, 류 대표 등 베터인베스트 관계자들이 적극 나서 센트로이드를 대변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센트로이드PE는 "베터인베스트는 테일러메이드를 '수의계약'으로 인수하게 해줄수 있다고 하면서 KPS캐피탈 대표가 아닌 테일러메이드 대표와 1회 화상회의를 주선했을 뿐이고 이후 어떤 자문이나 용역을 제공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센트로이드PE는 "이후 경쟁입찰로 거래가 진행이 되기 시작했는데 이때도 베터는 경쟁입찰 사실조차도 인지하지 못했고, 센트로이드는 다른 미국 자문사를 통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며 "최종적으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때까지 베터인베스트는 어떤 자문과 용역도 제공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공판내용에 따르면 이번 사건 쟁점은 베터인베스트가 제공한 서비스와 계약서에 적힌 내용과 일치하는지 여부다. 양측 계약서 내용에 따르면 용역 내용은 ‘본 건 거래 발굴 및 소개’, ‘매도인, 대상회사와 접촉, 의사파악, 협상 등을 포함한 매도인과의 의사소통’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인수합병(M&A) 업계에서 Finder’s Fee(거래 중개 수수료)로 불리는 수수료에 부합하는 항목이다. 국내에선 다소 생소하나 해외에선 통용되는 개념이다. 대개 거래 규모의 1~2% 수준 또는 에쿼티(지분)의 약 1~5% 수준으로 책정된다. 

      투자업계에서는 결국 각 주장의 객관적 증거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브로커리지 비용을 받는 것이 불법이 아닌 만큼 결국 입증의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미 소송까지 갔을 정도면 녹음이라든지 계약서 등 증거가 있다는 말인데 피고가 합의 후 일방적으로 파기했는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계약 우선주의 원칙에 입각해 비용을 지불할지가 결정될 것”이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