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로펌은 구조조정 가능성 대두
대규모 MD 승진자 낸 국내 IB도 일감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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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리 인상 기조 속에 M&A 시장이 차갑게 식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M&A 규모는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지만 올해는 크게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투자은행(IB), 로펌을 비롯한 자문사의 실적도 예년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쉬어가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작년 성사된 M&A 규모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대비 증가율이 무려 64%에 달했다. 그 규모만 5조800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과 관련한 자문사들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국내도 마찬가지였다.
인베스트조선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작년은 거래 수와 규모 모두에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M&A 시장 거래규모는 100조원을 넘어서면서 2020년 대비 85% 이상 늘었다. 대형 거래뿐 아니라 중소형 거래까지 M&A 거래가 봇물을 이뤘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이야기 나오던 미국 연준의 금리 상승기조가 뚜렷해지면서 M&A 시장은 빠르게 식고 있다. 글로벌 경기 변동은 전세계적으로 M&A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로펌들이다. 미국 서부 로펌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로펌은 동부와 서부가 클라이언트와 문화에 있어서 차이를 보인다. 영화에서 나오는 미국 로펌은 대다수가 동부의 로펌들이다. 대표적인 하우스로는 M&A의 명가인 왁텔을 비롯해 크라바스, 스캐든 압스, 설리번 앤 크롬웰 등이 있다. 이들은 대부분 뉴욕에 베이스를 두고 있다. 주요 클라이언트는 미국의 전통 대기업, 사모펀드를 비롯한 월가의 금융사들이다. 깔끔한 정장에 보수적인 문화가 특징이다.
반면 미국 서부의 로펌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미국의 신흥 테크 기업, 스타트업이 주요 클라이언트로 복장이나 문화가 동부와 비교해 자유로운 편이다. 대표적인 로펌으로 쿨리, 윌슨손시니, 펜윅 등의 로펌이 있다. 이들은 한때 동부 로펌에 비해 수익 면에서 뒤쳐져 있었지만 최근 몇 년사이 대규모 테크기업의 M&A가 활발해지면서 급속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M&A 시장이 축소되는 여파를 가장 직접적으로 겪고 있다. 하루 하루 분위기가 달라지는 상황이다. 특히 테크 기업들에 대해 반독점법 등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 속 금리 마저 크게 오르면서 딜이 줄어들고 있다. 그간 고액연봉으로 데려왔던 변호사들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분위기로 전해진다. 동부 로펌들 사이에선 구조조정 까진 아니더라도 작년과 같은 대규모 연봉인상은 기대하기 힘들다.
국내 로펌도 미국의 이런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미국 로펌과 마찬가지로 국내 로펌도 최근 연봉 인상이 급격하게 이뤄졌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될지 관심사다. 국내 로펌의 연봉 인상에 있어서 글로벌 시장 및 미국 로펌들의 연봉 인상 추이도 어느정도 영향을 줬다.
한 로펌 관계자는 “미국 로펌 등에서 우수 인재를 데려오기 위해서 국내 대형 로펌도 막대한 비용을 지불했다”라며 “하지만 미국 로펌의 분위기가 달라지면 국내 로펌도 계속해서 연봉 인상을 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투자은행도 로펌과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작년 글로벌 IB들 사이에서 대규모 승진잔치가 벌어졌지만 올해는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기 힘들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IB에선 각 하우스마다 많게는 두명까지 매니징디렉터(MD) 승진자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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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상시 같으면 승진한 첫 해 이에 걸맞는 실적을 보여줘야 하지만 올해는 그럴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 IB 하우스에서도 이를 일정 부분 용인해주고 있다. 글로벌 시장 상황이 안 좋다 보니 국내 실적이 안 좋아도 비난받기 힘든 상황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작년 MD 승진자들을 끝으로 형후 몇 년간 MD 승진자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라며 “이들은 상대적으로 올해 실적 부담도 덜 한 편이어서 쉬어가는 한해가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