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투자재원 모집' 목적 커…기관들 외면 가능성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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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스닥 상장에 도전하는 범LG가(家) 벤처캐피탈(VC) LB인베스트먼트(이하 LB인베스트)가 기업공개(IPO) 일정을 미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통상 VC 하우스가 상장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투자재원을 마련하려는 목적이 큰데, 시장의 분위기가 한 풀 꺾인 상태라 원하는 만큼 밸류를 높게 받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어서다.
다만 LB인베스트 측은 여전히 "일단 예심 청구를 한 상태이며 계획한 일정대로 상장을 추진할 것이다"라는 입장이다.
LB인베스트는 지난 13일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2018년 대표주관사로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해 상장을 위한 채비를 해왔다. 이르면 2019년 상장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3년 이상 지연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LB인베스트는 실질적인 상장 준비를 일찍이 마친 뒤, 원하는 만큼의 밸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를 기다려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근 IPO 시장의 분위기가 크게 저하되며 LB인베스트가 원하는 만큼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상장 적기를 놓친 만큼, 예심 신청을 했더라도 또다시 상장을 미룰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가치(Value)를 높게 받기 위한 시기를 따져보다가 지금까지 지연된 것인데 타이밍이 그리 좋진 않은 상황이다"라며 "시장 회복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예심 신청 이후에도 충분히 상장을 철회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VC하우스의 주요 상장 목적은 '투자자금 마련'이 꼽힌다. LB인베스트도 마찬가지다. 올초부터 비상장시장의 거품이 조금씩 꺼지고 있는 까닭에, LB인베스트 또한 투자 건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해진다. "물 들어오기 전에 노를 젓 듯, 공모를 통해 향후 투자를 위한 재원을 최대한 미리 마련하려는 유인이 클 수 있다"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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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관투자자(이하 기관)로부터 호응을 이끌어내긴 역부족인 상황이 됐다. 이들에겐 예비상장사의 '성장성'보단 '실적'이 중요해졌다. '상장 후 주가 추이'도 이제는 판단 기준 중 하나가 됐다. 그러나 VC 하우스들에게 공모자금은 기업의 추가성장을 위한 투자금 용도보단, 투자재원 모집 용도일 가능성이 큰 까닭에 상장 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그간 상장한 VC 하우스들은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공모가도 밴드 최하단 수준에서 결정됐다. 지난해말 상장한 다올인베스트먼트(前 KTB네트워크)는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밴드 최하단가인 5800원을 공모가로 결정했고 올초 상장한 스톤브릿지벤처스도 20대 1을 기록, 최하단가보다 낮게 공모가를 책정했다. 두 기업의 현 주가는 공모가보다 각각 45.8%, 22.8% 낮게 형성돼있다.
비상장 벤처기업들의 시가총액이 하락곡선을 그리는 점도 부담이다. 최근 두나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컬리(마켓컬리) 등 한때 '효자종목'으로 꼽혔던 벤처기업의 장외 시가총액이 빠지는 양상을 보여왔다. LB인베스트도 피투자기업들의 시가총액 하락 영향을 받을 주가순자산비율(PBR)보단 이미 상장한 VC 하우스들처럼 실적에 기반한 주가순이익비율(PER)을 적용해 밸류에이션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일각에선 '아무리 화려한 포트폴리오 라인업(Line up)을 가졌다해도, 기업가치 산정에는 적용이 안 되는 것 같다'라는 푸념도 나온다. 그러나 펀드 포트폴리오에 기반한 기업가치 평가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상장한 VC 하우스 펀더멘털을 평가할 때, 보유한 포트폴리오 기업을 일일히 분석하여 적용해야 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이 여전하다"라고 말했다.
그간 VC업계 내 자자했던 '운칠기삼' 논란도 여전한 모습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비상장 시장에도 먹구름이 끼면서, 올초 VC업계에 불거졌던 성과급 논란이 무색해졌다"라며 "VC 심사역들의 투자가 '운'에 좌우된다는 인식이 없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VC 하우스의 펀더멘탈 평가하는 데 고민이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