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작은 해외 부동산 부실 건 여전히 많다는 지적
증권사·운용사 대부분 긴장…금리인상 여파도 주목
리파이낸싱 어렵고 부동산 밸류 하락 여부도 리스크
신평사선 ‘이제 시작’이라는 지적...‘인사 물갈이’조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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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의 부동산 투자 부서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국내 증권사 및 운용사들은 경쟁하듯 해외 실물 부동산 투자에 힘써왔는데 갑작스런 대외 변수로 과거 투자 건이 문제될까 노심초사 하는 모양새다.
해외 부동산 부실 사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증권사 내 관련 임원들도 다가오는 연말 ‘자리보전’이 어렵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신규 딜(거래)은 고사하고 이미 투자해둔 건의 셀다운(Sell-down·단기 보유 후 매각) 및 리파이낸싱(Refinancing·부채상환을 위한 자금조달)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수년간 국내 증권사 및 운용사들이 해외에 투자했던 실물자산의 부실 징후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뉴욕 중심부에 위치한 복합시설 ‘20타임스스퀘어’에 투자했던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최근 약 수천억원 규모의 손실을 확정했다. 2019년부터 코로나 여파로 상가 공실이 이어져 이자를 내지 못했고,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NH투자증권, KB증권, 이지스자산운용 등 국내 주요 증권사 및 대형 운용사들이 수백억원 단위의 투자 손실 가능성이 커졌다.
뉴욕 245 파크애비뉴, 뉴욕 미드타운에 위치한 285 매디슨 애비뉴 등도 부실 가능성이 거론된다. 모두 국내 대형 운용사 및 보험사, 증권사 등 여러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한 자산이다.
업계에서는 ‘20타임스스퀘어’ 부실 사태가 이미 2~3년 전부터 문제가 됐던 데다 손실 처리가 시작된 만큼 ‘큰일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신용평가사 연구원들은 해외 부동산 리스크가 이제 시작이라고 경고한다. 그나마 안전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지역의 부동산 자산 역시 부실 징후가 드러난 만큼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겼던 미국 뉴욕, 워싱턴 등의 실물 부동산도 부실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인데 다른 지역의 부동산은 오죽하겠나”라며 “하반기부터 관련 리스크를 모니터링 하기 위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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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내부에서도 이 같은 위험을 감지하고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최근 국내 한 대형 증권사 임원회의에서는 부동산 관련 투자부서 실무진들이 호된 ‘경고’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해외는 물론, 국내 부동산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부문에서 미매각 물량이 많은 데다 적극적으로 신규 딜을 발굴하기에도 부담스런 상황 탓에 실적과 관련한 질책을 피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각 증권사의 부동산 담당자들의 위기감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미 일부 임원들이 ‘교체’되는 것 아니냐는 흉흉한 얘기들이 하우스 내부에서 돌고 있다”라고 말했다.
개별 자산들의 ‘리파이낸싱’ 시기를 두고서도 증권사들의 긴장도가 남다르다. 최근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지면서 대출 만기가 다가오는 자산들은 대체할 대주를 구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부동산 자산의 가치(밸류)에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큰 만큼 대출 금리를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받는 것이 관건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통상 오피스 등 실물 자산 부동산 딜(거래)는 3~5년 정도로 대환대출 시기가 빨리 도래한다”라며 “작년 말 이미 리파이낸싱을 마친 곳들은 그나마 한시름 놨지만 올해부터 리파이낸싱을 해야 하는 딜들은 그야말로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증권사 부동산 부서는 당분간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올해 초부터 자재값 및 금리인상 여파로 부동산 PF 부서는 사실상 신규 딜 발굴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이외 실물·인프라 부동산 부서 역시 그간 쌓아둔 미매각 자산들의 셀다운에 집중하고 있다. 증권사 임원진들도 ‘위험한 딜은 하지 말라’는 기조가 다분하다는 후문이다.
한 증권사 부동산 관련 임원은 “신규 딜 발굴은 엄두도 못 내는 데다 과거에 했던 딜들 중에 이상 징후가 생기다보니 증권사들의 긴장도가 많이 올라간 상태”라며 “코로나 시기는 그나마 ‘일시적’이라는 공감대가 있었다면 금리인상 시기의 기간은 예측이 쉽지 않아 (코로나 시기 대비) 긴장감은 10배 이상으로 체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