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시멘트·동양매직 등 한 건 예외 없이 성공적 회수
한글라스도 원자재 인상 피해 회수…”운도 실력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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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M&A 시장에서는 PI첨단소재 매각이 가장 눈에 띄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각자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는 막대한 회수금과 임직원 고용보장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는데, 매각 계약을 맺자마자 각종 악재에 PI첨단소재 주가가 급락했다. 이에 천운까지 더해졌다는 평가가 따랐다.
글랜우드PE는 지난달 7일 PI첨단소재 지분 54.07%를 1조2750억원에 매각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주당 거래 가격은 8만300원으로 계약일 종가 대비로는 60%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계약 후 PI첨단소재 주가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지난달 10일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발표됐는데, 작년 같은 달 대비 8.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나 시장의 동요가 확산했다.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한 번에 75bp(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28년 만에 단행했다. 이후 코스피도 하락해 2300선을 오가고 있다.
글랜우드PE 입장에선 가슴을 쓸어내릴 상황이다. 4월 매각 예비입찰, 5월 본입찰을 진행하며 매각 속도를 냈었고 최종 인수후보들을 압박해 조기에 계약까지 이끌어냈다. 굵직한 경기 이벤트를 불과 며칠 차로 피해갈 수 있었다. 최근 회사의 주가는 3만원 초반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매각 금액은 마지노선으로 정했던 1조원을 훌쩍 넘었다. 입찰 과정에서 롯데ㆍ한화 등의 이름이 부각된 것도 결과적으로 흥행에 도움이 됐다. 프랑스 알케마(Arkema)가 막판까지 인수 경쟁을 벌이며 몸값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랜우드PE는 불과 며칠 차이로 대형 경기 이벤트를 피하게 된 셈”이라며 “글랜우드PE에 운이 따랐고 투자 회수 시기를 잘 잡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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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자 베어링PEA 입장에선 다소 속이 쓰릴 상황이다. 다만 PI첨단소재는 미국 등 해외 시장을 확장할 여지가 많고 성장성이 커 언제고 주가가 제자리를 찾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주가가 낮아진 상황이라 추가 주식을 인수하며 ‘물타기’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거래로 글랜우드PE는 손을 댄 투자 건마다 모두 성공을 이룬데다 투자에서 회수까지 기간이 짧은 이력을 갖게 됐다.
지난 2014년 동양매직(현 SK매직)을 인수, 2년 후 두 배의 값을 받고 SK네트웍스에 매각했다. 2016년 베어링PEA와 인수한 라파즈한라시멘트는 1년여 만에 조기 투자회수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8년 1호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고, 이후 서라벌도시가스·해양에너지, 한국유리공업(한글라스), PI첨단소재(SKC코오롱PI)를 사들였고 CJ올리브영 프리IPO(상장전투자) 거래도 따냈다.
도시가스 사업은 맥쿼리인프라에 2년 만에 팔았다. 한글라스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며 회수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2배 가까운 몸값에 투자회수 했다. CJ올리브영의 경우 분할 후 수개월치 실적 자료밖에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를 결정했다. 당시 '무리한 투자'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올해 1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만 1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