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상장’보단 ‘지분 매각’에 초점 맞출 가능성 커져
올해 초부터 상주하던 IPO 인력들 갑작스런 소식에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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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수민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매각이 본격화되며 증권사 내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던 실무진들이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현재로선 상장보단 매각에 더욱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직접 카카오모빌리티에 상주하며 IPO 작업을 진행하던 실무진들도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거듭되는 상장 연기에 지분 매각 소식까지 더해지며 상장 시점은 한참 뒤로 밀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성남시 판교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 상주하던 증권사 IPO 인력들은 최근 사실상 일손을 놓고 있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국내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매각 협상이 본격화되면서다. 카카오모빌리티 IPO 인력들은 올해 초 주관사 선정 직후부터 줄곧 판교 본사에 머물며 회사와 IPO 관련 실무를 협의해왔다.
하지만 당장 상주 인력들이 철수하기도 쉽지 않다. 지분 매각 협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당장 상장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주관사가 받은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증권사는 최소 인력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힘 조절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상장 주관사단으로서는 갑작스런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매각 소식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수합병(M&A) 특성상 제한적인 이해관계자를 제외하고는 딜(거래) 진행 여부를 비공개로 부치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일부 실무진들은 막판까지도 해당 사실을 모르다가 기사로 소식을 알게 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후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한국투자증권,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크레디트스위스를 대표 주관사로, 대신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했다. 이번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매각을 두고서는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주관사의 몇몇 핵심 관계자를 제외하고서는 회사 측의 언급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올해 초부터 IB업계에서 도는 공공연한 매각 관련 소문에 IPO 실무진들도 불안감을 내비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에도 이와 같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작년 로젠택배가 IPO를 준비하다가 대명화학에 팔리게되며 미래에셋증권 등 IPO 실무진들이 상장 작업을 중단한 바 있다. 한화종합화학 역시 한화그룹 차원에서 삼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데 따라 상장을 철회하기도 했다. 더 이전에는 현대중공업지주가 지난 2019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에 현대오일뱅크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대오일뱅크의 IPO가 무기한 연기된 바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 특성상 비밀리에 진행돼야 하는 측면이 강하다 보니 매우 제한적인 이해관계자를 제외하고는 주관사단에 정보 공유를 하지 않는 일이 다반사”라며 “짧으면 반 년, 길면 1~2년까지 열심히 일하다가도 갑자기 매각 관련 기사를 통해 소식을 접해 비용 한 푼 받지 못하고 본사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회사의 전략 차원에서 IPO와 M&A를 투트랙으로 진행하는 사례 외에 최근에는 상장을 준비하던 중소·중견 기업들 역시 매각에 적극적인 모양새다. 올해부터 급격히 고꾸라진 IPO 시장 상황을 감안한 조치라는 분석이다. 공모청약 과정에서 다수의 기관 및 일반투자자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IPO보다는 폐쇄적인 협의를 통한 M&A 과정 속에서 원하는 ‘밸류’를 받을 수 있다는 희망감이 다소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도 상장을 준비하며 투트랙으로 M&A를 물밑으로 진행하는 기업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회사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이고 절실하게 원매자를 찾는 상황이 두드러진다”라며 “아무래도 IPO 시장이 급격히 꺾이다 보니 어느 정도 가격이 합의되면 매각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 하려는 니즈가 커지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