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예대금리차 지속적으로 확대되며 비판 여론 키워
비판 커지자 예금 특판 상품 출시하며 여론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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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압박에 은행권이 백기를 든 모양새다.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확대 시행 방안이 발표된 가운데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느라 분주하다. 예·적금 특판상품을 선보이며 수신금리 높이기 경쟁에도 가세했다. 금융당국원장의 '이자장사' 지적에 한껏 자세를 낮췄다는 평가다.
지난 6일 금융위원회는 금리정보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에 은행들은 예대금리차 공시를 분기에 한 번씩 했으나 앞으로는 한 달마다 해야 한다. 은행들이 자사홈페이지에 공시했던 예대금리차 정보도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일괄 공시하도록 바뀐다. 한 눈에 비교가 가능해 은행들 간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기업대출엔 완화적이었던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큰 폭으로 인상했다고 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이후 금리상승폭은 가계대출>예금금리>기업대출금리 순으로 높았다는 분석이다. 이에 은행들은 대출금리에 대해 보다 상세한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7월 실적을 바탕으로 저축성 수신금리, 평균대출금리, 평균예대금리차 등 6개의 항목을 공시한다.
작년 말부터 금리 인상으로 서민들의 이자부담이 늘자 은행 비판 여론이 점화된 영향이다. 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며 서민들의 가계부담은 늘어나는데 은행들은 이자장사로 배를 불린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올해 1분기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금융지주의 합산 분기 순이익이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서며 예대마진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커졌다.
예대금리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며 불씨를 키웠다는 해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예금은행의 대출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2.24%였으나 올 5월에는 2.37%까지 확대됐다. 2014년 10월 이후 7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집계됐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직접 은행들의 이자장사를 경고하고 나섰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예대금리차를 월별로 공시해야 한다며 압박수위를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시중은행들은 뒤늦게 너도나도 대출금리를 낮추고 있다. 신한은행은 '취약 차주 프로그램'을 시행해 6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상한을 연 5%로 제한한다. 5% 초과분에 대해선 은행이 부담한다.
국민은행은 지난 4월부터 한시적으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각각 0.45%P, 0.55%P 내렸는데 이를 연장했다. 하나은행은 연 7%가 넘는 개인사업자대출 금리를 1%P까지 감면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신용1~8등급까지만 적용했던 우대금리를 전등급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높은 이율을 제공하는 예·적금 특판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대출금리는 내리는 반면 예금금리는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일 최고금리가 연 4%에 이르는 '신한 40주년 페스타 적금(10개월만기)'을 선보였다. 우리은행도 최고금리가 연 3.2%인 '2022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내놨다. 만기는 18개월이다.
은행들이 이처럼 특판상품을 내놓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은행 내부에서도 특판 상품이 추후 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국내 시중은행은 전체 이익에서 이자이익의 비중이 큰데 예대금리차 축소는 마진 부담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은행의 가계대출이 6개월째 감소하며 대출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들이 투자자들의 은행에 대한 불신을 키우고 있다. 결국 '규제리스크'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하나금융투자는 리포트를 통해 "강한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가 급부상하면서 주가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고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 발언들이 논란이 되면서 규제 우려 또한 다시 확산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