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번째 유상증자…마지막 보릿고개 될까 기대감 있지만
올해까진 적자 면치 못할 전망…국제선 회복 저조하고 환율↑
적자폭에 따라 추가 자본 확충 가능성 거론…주가 희석 우려有
-
- 이미지 크게보기
- (그래픽=윤수민 기자)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이 순차적으로 무상감자와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 주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분가치 희석 우려로 인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증권가에선 올해도 LCC들의 적자탈출은 힘들다고 보고 있다. 국제선 하늘길이 뚫렸다고는 하나 여객 회복세가 아직 저조하고 실적을 좌우하는 금리와 환율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31일 에어부산이 무상감자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주가는 줄곧 하락세다. 15일 에어부산 주가는 1390원으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2.46% 떨어졌고, 발표 전 주가에 비해 37% 하락한 가격이다. 두 달만에 시가총액 3분의 1이 날아갔다. 무상감자도 그렇지만 직후 발표된 유상증자 소식에 주주들이 더 큰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에어부산의 유상증자가 벌써 세 번째라는 점에서 주주들의 불만이 클 수 밖에 없다. 에어부산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지난 2020년 835억원, 지난해엔 1234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이에 2019년 7671원으로 고점을 찍기도 했던 주가는 현재 1000원대까지 내려왔다.
무상감자도 주가에 악재로 작용한다. 무상감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상 없이 주식을 소각, 자본금 규모를 줄여 자본잠식에서 탈출하기 위한 회계상 기법이다. 주식이 줄어드는만큼 한 주의 가치는 오르지만, 보통 재무적 이슈가 있는 기업이 선택하기 때문에 감자 이후 주가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무상감자 이후 신주가 상장날의 시초가는 기준 주가의 50~200% 사이에서 형성돼, 보유하고 있던 주식 가치가 반토막 날 수도 있다.
무상감자가 균등감자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실적 부진의 책임을 소액주주에게 미룬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감자 방식으로 대주주의 감자 비율을 더 높게 하는 '차등감자' 대신 모든 보통주를 동일하게 줄이는 '균등감자'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에어부산은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노재팬 등의 영향으로 적자를 냈기 때문에 대주주가 좀 더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는 비판이다.
이렇게까지 주주들이 손해를 감수했다면, '대가'도 있어야 한다. 업황 회복과 더불어 지금 들어간 종잣돈이 수익으로 돌아오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다.
그러나 증권업계선 LCC들이 올해까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LCC들의 실적을 좌우하는 환율과 금리가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26원을 넘어 3거래일 만에 연고점을 갈아치웠다. 유류비, 항공기 리스료를 달러로 결제해야하는 항공사 입장에선 환율이 오르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리가 유례없이 치솟으며 항공사들의 재무적 부담도 급증하고 있다. LCC들은 항공기 대부분을 리스계약을 통해 조달한다. 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것인데,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며 금리는 계속 오를 전망이다.
무엇보다 하늘길이 열렸다고는 하지만 수익성을 회복하기까진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의 경우 국내선 여객수는 2019년 수준을 완전히 회복한 반면 국제선 여객 수는 2019년의 7.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문제는 전체 매출에서 국제선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이다. 2019년 기준 에어부산 전체 매출액의 60%가 국제선 여객이다. 삼성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여객 매출 비중이 높은 LCC들의 경우 적자 폭을 줄일 것으로 전망은 되고 있으나, 연말까지 적자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향후 적자폭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추가 자본확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한 증권사 항공 연구원은 "실적 회복세가 더뎌 올해도 적자는 이어질거라고 본다. 추이를 봐야겠지만 적자폭에 따라 자본확충 가능성도 열려있다"라며 "영구채를 발행하든, 유상증자를 하든 주식 가치 희석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