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치 연봉 받고 떠나는 소종근 역전에프앤씨 대표
케이스톤, IPO 전 밸류업 시작? 證 IPO 실무진도 영입
프랜차이즈 기업에 대한 거래소의 부정적 기류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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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케이스톤파트너스가, 5월 인수한 외식 프랜차이즈 브랜드 '역전할머니맥주'(이하 역전에프앤씨)의 밸류업 작업에 본격 돌입했다. 창업자는 회사를 떠나고, 대형 증권사 상장 실무자를 영입했다. 비용 효율화 이후 투자회수(exit) 방식 중 하나로 기업공개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다만 프랜차이즈 기업에 대한 한국거래소(이하 거래소)의 부정적 인식에 따라 상장 작업이 녹록지는 않을 수 있다는 평가다. 매각 전 상장폐지한 브랜드 '맘스터치'(이하 해마로푸드서비스)도 2016년 미스터피자(MPK)에 이은 두 번째 상장사가 되긴 했지만 거래소 설득 과정에서 상당한 애를 먹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7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소 대표는 3년치 연봉을 받는 조건으로 역전에프앤씨를 떠난다. 퇴직 후 일정 기간 동종업계 또는 경쟁업체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경업금지' 약정도 체결했다고 전해진다.
이례적이란 평가가 짙다. 통상 프랜차이즈 기업은 경영 안정성을 위해 매각 후 일정 기간 대표직을 유지시키는 편이란 설명이다. 정현식 전 해마로푸드 회장도 케이엘앤파트너스에 일부 지분을 매각한 이후에도 몇개월간 회장직을 유지했다. 유니슨캐피탈로부터 공차를 인수했던 TA어소시에이츠도 김의열 대표의 대표직 유지 조건을 내걸었다고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밸류업(기업가치 향상)의 제반 작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의 색깔을 지우고 비용 효율화를 통해 실적을 개선시키는 작업의 일환일 것이란 설명이다. 의욕이 상당하다는 목격담도 나온다. 역전에프앤씨 인수 당시, 타 운용사로부터 공동 투자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밸류업 작업 전 대표가 교체되는 전례는 없지 않다. 대표적인 곳이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해마로푸드서비스다. 무작위적인 점포 확장에 회의적이던 창업자가 기업을 떠난 이후, 현재는 '국내 최다 매장' 타이틀을 갖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매각을 앞두고 '가성비' 피자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초심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기업은 매각되고 난 이후 기존의 철학이 지워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라며 "정 전 대표는 상장 심사를 받던 당시 거래소에게 '신선 재료'를 쓰는 기업이라고 설명했는데, 현재의 맘스터치는 신규 피자사업에 있어서 '가성비'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밸류업 이후 상장까지도 염두에 두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거란 분석이다.
실제로 케이스톤파트너스는 역전에프앤씨를 인수하기 직전 미래에셋증권 IPO팀 과장급 실무진 한 명을 영입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해당 딜의 마무리를 맡겼다는 전언이다.
이에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애당초 상장을 염두에 두고 영입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프랜차이즈에 대한 거래소의 회의적 태도는 상장 계획에 있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프랜차이즈 기업에 대해 '제반 비용을 가맹점에 전가시킨다' 등의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그간 프랜차이즈 기업의 상장이 녹록지 않았다. 투자업계 내 '프랜차이즈 기업은 M&A가 아니면 엑시트(투자금회수)를 하기 어렵다'라는 말까지 나온다.
맥도날드, 버거킹 등 최근 M&A 시장에 쏟아지는 프랜차이즈 매물들의 행보에도 주목된다. 매각 이후 대표들이 자리를 떠날 경우, 이것이 전례가 돼 거래소의 회의적 태도를 굳힐 가능성이 있어서다. 거래소는 상장 심사를 신청한 컬리에게도 지배구조 안정성 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간 프랜차이즈 기업의 매각 이후, 세간의 이목은 '창업자가 매각으로 몇천억원을 쥐었는가'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매각될 프랜차이즈 기업의 대표들이 회사를 팔고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심사에 있어서 거래소의 부정적인 기류가 강해질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우려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