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원칙주의’ 기조 여전…일정 지연될까 ‘촉각’
LG엔솔 보호예수 해제도 무용지물?…”담을 주식 없다”
일정 지연될까 노심초사…침체된 주식시장에 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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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 윤준영 기자)
하반기 IPO 시장에 ‘대어급’ 공모주들이 대기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공모주 시장의 반등을 기대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발행사들이 기업가치(Valuation) 눈높이를 낮추고는 있지만 여전히 시장과 괴리감이 큰 데다, ‘원칙론’을 앞세운 금융 당국의 시선도 여전히 까다롭다는 평이다.
녹록지 않은 시장 상황 속 상장을 앞둔 발행사들은 혹여라도 수요예측이나 청약 일정이 겹칠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풍부했던 유동성이 급격히 말라가자 조금이라도 상장 흥행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애를 쓰는 모양새다.
오는 27일 LG에너지솔루션 보호예수 물량 약 2억146만주가 시장에 풀리는 데 따라 차갑게 식은 공모주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되고 있다. 국내 최대 공모물량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의 청약으로 그간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만약 보호예수가 풀린다면 그 이후에 청약을 하는 공모주 흥행에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 의견도 일부 나왔다.
하지만 보호예수 해제 시기를 앞두고 공모주 시장의 ‘드라마틱’한 반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하반기 기대를 모았던 대어급 공모주들이 대부분 밸류를 놓고 시장의 기대치와 다소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탓이다. LG에너지솔루션 보호예수가 풀리더라도 손바뀜이 일어나려면 소위 '담을 주식'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시장 상황상 운용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의견이다.
당장 7월 청약을 앞둔 카셰어링 회사 쏘카나 2차전지 분리막 회사 더블유씨피도 예년과 달리 고평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쏘카가 비교기업으로 꼽은 우버, 리프트, 그랩 등의 주가가 올해 초 대비 크게 떨어진 데다, 지난 2011년부터 지속 적자를 내왔다는 점에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쏘카는 급격히 침체된 시장 상황을 반영, 공모가 하단을 직전 투자 단가보다 낮추는 결정을 내렸지만 여전히 시장에서는 눈높이가 높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더블유씨피 역시 가장 밀접한 비교회사로 꼽히는 SK IET 주가가 크게 떨어진 데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7월 중순 기점 SK IET 주가는 약 8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작년 10만8000원에 상장 직후 5% 이상 올라 한 때 20만원 이상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현재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그럼에도 EV/EBITDA(상각전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 배수는 약 45.85배로 SK IET(38.02배)보다 소폭 높다. 작년 상반기 전기차 배터리 관련 회사의 몸값이 한창 높았을 당시와 비교해 기업가치가 크게 다르지 않은 탓에 일각에선 고평가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쏘카나 더블유씨피 등 두 회사 모두 작년 이맘때쯤 시장에 올라왔다면 충분히 시장에서 설득이 됐을 법한 공모가”라며 “1년 사이 급격히 꺾인 주식 시장 분위기를 감안할 때 투자시장에선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아직 공모가 범위가 공개되지 않은 현대오일뱅크나 컬리 역시 시장에서 우려 섞인 시선을 받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하반기 유가 하락이 예고되는 가운데 상장을 앞두고 다소 찬물이 끼얹어진 상황이다. 컬리는 최근 커머스 플랫폼 업종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탓에 누적 손실로 인한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비상장 거래소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최근 컬리 기업가치는 약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책정돼 올해 초보다 약 두 배 넘게 하락했다. 일각에선 ‘기업가치 1조’ 정도가 아니라면 공모 흥행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이에 발행사들은 일정 변경을 불사하며 공모 흥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수요예측이나 청약 일정이 겹치는 경우 기관들의 자금이 한 곳에 몰려 자칫 자금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눈치게임’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쏘카는 더블유씨피와 청약 일정을 피하기 위해 약 이틀 정도 일정을 미루기도 했다. 일반 청약보다는 수요예측 일정이 겹치지 않는 것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발행사들도 있다. 공모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들은 수요예측 당시부터 분위기가 좋지 못할 경우 자칫 기관들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한 바이오사의 경우 수요예측 기관 경쟁률이 고작 7대 1에 머물기도 했다.
다만 이마저 금융감독원 등 당국의 시선이 까다로워진 탓에 일정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다는 후문이다. 최근 금융 당국은 ‘원칙론’에 입각한 신고서 작성을 원칙으로 두고 있다. 공모가나 공모가 산정 방식 등을 두고 작년부터 형성됐던 까다로운 감독 당국의 기조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또다른 IB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간섭이 작년부터 꾸준히 까다로운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금감원의 제재는 그나마 요구에 맞추면 된다”라며 “더 큰 문제는 하반기에도 시장 상황이 계속해서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이전에는 증시 사이클이 하락과 반등을 나타났다면 요새는 반등이 없고 오히려 더 하락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