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L·스튜디오S 등 투자유치 시동거는 제작사들
한동안 OTT발 높은 수요로 '고밸류' 이어졌지만
업계 성장세 주춤하면서 "이전만큼 기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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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대표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룰루랄라중앙(옛 JTBC스튜디오, 이하 SLL), 스튜디오S 등의 투자 유치가 한창이다. 글로벌 OTT의 높은 수요를 기반으로 한국 콘텐츠 업계도 ‘고밸류’가 이어진 바 있어 이전만큼 투자자들의 ‘러브콜’을 받을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다만 넷플릭스를 필두로 콘텐츠 업계의 성장세가 죽으면서 이전만큼의 ‘아낌없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LL은 투자유치를 위해 자본시장 접촉을 늘리고 있다. SLL은 2020년 하반기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총 4000억원의 외부자금을 유치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프랙시스캐피탈이 3000억원, 텐센트 자회사인 Aceville이 1000억원을 투자했다.
‘부부의 세계’, ‘스카이캐슬’, ‘이태원클라스’ 등을 제작한 SLL은 지난해 공격적으로 국내외 제작사를 인수하면서 자금을 대거 소진한 바 있다. 지난해 13곳에 총 2430억원을 투자했는데 엔솔로지스튜디오, 클라이맥스스튜디오 등 국내 제작사 다수를 인수했다. 미국 제작사인 ‘윕(Wiip)’도 1135억원에 인수했다. Wiip은 전 ABC 네트워크/스튜디오 사장 폴 리(Paul Lee)가 2018년 설립한 제작사다.
이번 투자 유치도 프리IPO 일환으로 실탄 마련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SLL의 기존 투자사인 프랙시스캐피탈도 추가 투자를 고려하고 있지만, 드라이파우더(투자 여력)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20년 투자 당시 SLL의 기업가치(EV)는 1조2000억원으로 평가됐다. 이번 투자 유치에서는 기업가치가 2조~2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어 희망 투자규모는 2000~3000억원 수준이 예상된다.
SBS 드라마본부와 기존 자회사인 더스토리웍스가 2020년 합병해 설립한 제작사인 스튜디오S도 투자유치를 고려중이다. 다만 아직 기업가치 산정도 되지 않은 ‘준비’ 단계인 것으로 파악된다. 스튜디오S는 ‘펜트하우스’, ‘사내맞선’,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 ‘원더우먼’ 등의 시리즈를 제작했다.
상장 등 ‘다음 스텝’이 남은 제작사들이 시장 분위기 파악에 가운데 시장에서는 지난 1~2년간 보인 ‘고밸류’를 기대하긴 어려운 분위기라는 평이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OTT 등 콘텐츠 업계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관련 회사들의 밸류에이션도 부풀어 오른 바 있다. 예로 OTT 플랫폼인 티빙(TVING)은 지난해 7월 약 3500억원의 기업가치에서 올초 투자유치 당시 약 6배가 늘어난 2조원의 기업가치를 발표했다.
통상 제작사의 기업가치 산정에는 ‘1년에 몇 편을 제작하는지’ 작품 생산능력(Capacity)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해당 생산능력의 핵심은 ‘인력’이다. 좋은 작가, PD 등 실제 콘텐츠를 생산해 낼 인력 이 제작사의 밸류 산정의 핵심으로 꼽힌다. 이렇다보니 제작 역량이 어느정도 있는 PD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기도 했다.
OTT발 콘텐츠 호황 아래 국내 제작사들은 기업가치 산정에서 한 편당 900억~1000억원 수준의 밸류를 인정받았다. 특히 ‘오징어게임’의 성공으로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들이 국내시장을 집중적으로 노리면서 한국 콘텐츠를 향한 수요가 높아 "제작하면 팔린다"는 가정 하에 고밸류를 받을 수 있었다. 소규모 제작사들까지 생산하는대로 작품이 잘 팔리고, 늘어난 공급을 채울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올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글로벌 1위 OTT인 넷플릭스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와 유료 가입자 감소세가 겹치며 넷플릭스는 인력의 약 3%를 감원했다. 넷플릭스는 지금까지 콘텐츠에 광고 삽입을 꺼렸지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광고를 집어넣는 전략으로 수정했다. 최근 내놓은 오리지널 ‘종이의 집:공동경제구역’이 아쉬운 평가를 받으면서 국내에서도 다소 고전하고 있다는 평이다.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국내 콘텐츠에 투자하던 글로벌 OTT들의 성장세가 주춤한 것이 치명적이다. 애플티비, HBO맥스 등 후발주자는 직접적인 국내 투자보다는 티빙-파라마운트플러스와 같은 제휴 모델을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HBO맥스는 한국 직진출에서 웨이브와의 제휴로 전략을 바꿨다. 후발주자들의 ‘전략 수정’은 국내 OTT 경쟁 업체들이 많아지면서 경쟁이 심화됐고, 콘텐츠 소싱(sourcing) 및 투자 비용은 늘어나는데 그만큼의 수익을 얻기 힘들다는 판단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 분위기가 주춤하면서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글로벌 OTT들이 한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것이란 기대감만으로 '고밸류'에 제작사 투자를 나서기가 쉽지 않다는 평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콘텐츠 투자 호황이었던 것에 비해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져서 제작사들 펀딩 열기가 기대한 만큼은 좋지 않을 수 있다”며 “OTT들의 경쟁적인 공격 투자 분위기도 줄었고, 넷플릭스를 필두로 업계 전반 분위기가 다운되면서 밸류에이션도 ‘한 편당 천억’ 수준의 상승기때 논리를 적용하긴 힘들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