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PF 전면 검토 예정
자산건전성 강화 주문에 꽉막힌 PF 대출
금융기관 조달금리 vs 대출금리 역전도 눈앞
원자재 값 상승에 차주와의 갈등도
불확실성 산적한 부동산PF 시장
"이젠 NPL 시장에 주목해야할 때"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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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고강도 제재는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장은 본격적으로 자본시장 내 '부동산 그림자 금융' 관리에 나섰고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기관 등을 포함한 금융기관 전반에 걸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점검하겠다고 했다.
금융기관들이 정부의 방침에 한껏 움츠리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리'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돈을 빌려줘야 하는 금융기관은 물론, 자금을 빌려 사업을 유지해야하는 기업(차주)들까지 부동산금융 시장에 얽힌 모든 주체들의 위기감은 여느때보다 고조했다.
현재는 시중은행과 증권사·저축은행·캐피탈사 등 제도권 내 대부분의 금융기관들은 부동산PF 투자에 상당히 보수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PF 시장을 지탱해 온 주요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출자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면서 대출을 시행하기 전 단계인 신용평가사들의 부동산PF 사업성 심사 건수 또한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사실상 부동산PF 시장이 '올스톱 상태'라는 표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같은 현상의 표면적인 원인은 정부의 규제 강화 기조가 비쳐지기 때문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6월 취임 이후, 은행·여전사·상호금융·저축은행 등 각 금융기관 최고경영진(CEO)과 회동했는데 각 간담회마다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강화를 강조하며 부동산PF 규제를 시사했다.
투자금융업계에서 이번 금융당국의 정책 키워드를 전 정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사모펀드'와 '부동산'이라고 규정할만큼 고강도 규제 정책을 예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친(親)시장주의 성격의 금융관료들을 전면에 배치하며 자본시장에 우호적인 금융정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감독당국의 날 선 발언들이 쏟아지자 투자금융업계에선 적잖이 당혹스러운 모습과 함께 첫번째 타깃이 되진 않아야 한다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국내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수시로 자본적정성을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권 기관들이 자금을 출자하는데 상당히 위축돼 있다"며 "신규 투자(출자)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물론 기존의 자본투자와 대출 등 전방위적인 점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의 부동산 시장을 향한 첫번째 메시지는 그림자 금융을 관리하겠단 것이었다. 그림자금융은 은행 등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중개기구 또는 상품을 일컫는다. 자산유동화증권과 신용부도스와프(CDS) 등이 대표적인데 금융기관들은 6월 말 기준 업무보고서부터 그림자금융 투자현황을 제출하고 있다. 결국 은행권의 여신과 함께 수면 아래의 자금흐름까지 면밀히 들여다 보겠단 것으로 사실상 부동산 시장을 전방위적으로 뜯어보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최근에 한 대기업의 부동산 관리 계열사는 투자자들에게 보장 수익률 6%의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국내 금융기관들로부터 브릿지론 성격의 자금을 모집했으나 최종적으로 실패했다. 물론 선순위 투자는 아니었으나 부동산 담보를 제공하며 상당히 높은 금리를 제시했음에도 저축은행과 캐피탈사들까지 출자를 꺼렸다. 결국 국내 기관보다 비교적 규제가 덜한 외국계 금융사로부터 10%를 훌쩍 넘는 금리로 자금을 융통하기로 했다.
은행의 여신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림자금융 또한 도마위에 놓인 상황인데 금리가 치솟으면서 금융기관들의 자금모집부터 부동산PF 투자의 선순환 고리도 작동하지 않는다. 이는 현재 부동산PF 시장에 자금이 흘러들어가지 못하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이다.
국내 증권사 부동산금융 한 관계자는 "중순위는 물론 선순위 투자자도 모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가 너무 높아서 선순위 금리가 6%는 넘어야 그나마 딜이 성사될 수 있는 수준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했다.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선뜻 출자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역마진 우려가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금을 빌리는 조달금리보단 높은 수익을 안겨줄 금리가 적용된 사업장에 투자를 해야만 수익성이 있지만 최근들어 조달금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지난해 대규모 부동산 개발 사업장에 약 4%대의 고정금리로 대출을 승인한 한 금융기관은 자금 융통 과정에서 변동금리를 적용한 탓에 역마진을 눈앞에 둔 상황으로 전해진다. AAA급의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2%대 아래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했던 해당 기관은 금리 인상으로 최근 3% 중반대의 변동금리가 적용되면서 마진율이 거의 없는 상황까지 몰리게 됐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PF시장의 마진율이 굉장히 떨어진 것은 사실이다"며 "아주 예외적으로 중순위 투자가 있을 순 있는데 저축은행 또는 캐피탈사들의 영역이고 대부분은 대출 그리고 선순위 위주의 투자이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은 물론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건설사들의 사업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변수다. 향후 둔촌주공아파트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리라 보장할 수만은 없다. 부동산 자산 가격 하락은 이미 가시화했고 뜨거웠던 부동산 경기가 급격히 냉각하기 시작하면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신규 분양에 대한 부담도 커졌다. 부동산 금융 시장이 앞뒤로 꽉 막힌 상황에서 이젠 부실자산(NPL)시장에 주목할 때라는 자조섞인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