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사가 청약단위·발행금리 오기…내용 자진 정정도
최근 금감원의 '깐깐한' 지적 많아…주관사들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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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최근 공모 회사채 발행 시장에서 연이은 증권신고서 정정 및 일정 연기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SK플라즈마와 NH투자증권은 각각 발행 일정이 일부 변경됐고 JB금융지주는 기존 발행 계획을 철회하고 내달 재발행에 나선다. 주관사의 ‘실수’로 벌어진 해프닝도 있어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금융감독원의 강화된 감독 분위기가 뚜렷해지면서 시장 내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첫 공모채 발행에 나선 SK플라즈마는 증권신고서 미흡으로 신고서 정정에 나서며 조달 일정이 변경됐다. 22일 600억원 규모 발행이 27일로 미뤄졌다. 만기일, 상장예정일, 이자 지급 기한 등도 모두 연기됐다.
SK플라즈마는 법인 설립 후 첫 발행인 만큼 DCM(채권발행시장) 주관 1위인 KB증권과 SK계열 발행 업무가 많은 SK증권을 주관사단으로 선정했지만 데뷔전부터 구설수에 올랐다.
지연 이유는 주요 발행 조건 누락 및 내용 부실인데, 15일 재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SK디스커버리가 이번 회사채에 지급보증을 제공하는 내용, 지난해 SK디스커버리를 대상으로 실시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내역 및 큐로셀과 체결한 프리IPO(상장전투자) 세부 조건 등이 추가됐다.
또한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내역 등 세부적인 부분도 보강됐다. 현재 기준으로 제공돼야 할 정보를 지난해 말 기준까지만 제공하면서 지적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SK플라즈마가 바이오 관련 회사고, 첫 발행인 만큼 금융감독원이 꼼꼼한 요구를 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국이 바이오 업계와 관련한 투자자 보호에 더욱 민감해지면서 철저한 정보 요구를 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 취임 이후 금융업계를 향해 ‘강경 메시지’를 보내는 등 금감원의 감독 기조가 전반적으로 강화됐다는 평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워낙 바이오 쪽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금감원이 꼼꼼히 보기 때문에 준비를 많이 하는데, 최근 금감원이 특히나 세세한 지적을 하는 분위기”라며 “증자나 에쿼티가 아닌 발행을 보증내용까지 깐깐하게 보는데, 발행사는 영업 비밀이라는 입장도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도 최근 주관사단인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SK증권의 증권신고서 오기재로 인해 수요예측이 밀리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18일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NH투자증권은 수요예측 결과를 공표하지 않고 다음날 수요예측을 재실시했다. 수요예측의 청약 단위가 증권신고서 및 인수계약서에 기재된 내용과 상이해 정정에 나선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신고서 업무를, SK증권이 인수계약서 업무를 담당했다.
NH투자증권의 경우도 주관사단의 일처리 문제와 더불어 금융당국의 강경한 태도가 영향을 미쳤다. NH투자증권은 수요예측 직전 일부 오기에 대한 정정신고서를 냈는데, 금융감독원에서 재차 지적해 수요예측이 밀리게 됐다. NH투자증권은 19일 수요예측을 재실시했고 금액을 2750억원으로 소폭 늘려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보통 청약수주 단위 오기재는 수요예측을 재진행까진 안하고 정정하고 넘어가기도 해서 발행사나 인수단도 진행을 예상했지만, 최근 금감원 스탠스가 신임 금감원장도 오고 해서 더 철저하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관사단 측에선 금융당국의 감독 기조 강화를 토로하지만, 당국과 발행사 사이를 조율하는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베테랑’ 주관사들이 보여준 해프닝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KB증권, SK증권,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회사채 주관 리그테이블 상위권 주관사들이 논란에 휘말리면서다.
앞서 최근의 회사채 증권신고서 ‘오기재 논란’의 시작이었던 JB금융지주는 결국 발행을 철회하고 내달 재발행에 나선다. 14일 JB금융지주는 13일 발행 예정이었던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조달을 철회했다. 수요예측 후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는 과정에서 발행 금리를 오기재한 탓이다.
JB금융지주는 이달 초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26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오는 등 흥행했지만 ‘오기재’로 결국 공모 회사채 발행을 다시 처음부터 진행해야 한다. 8월 말 1300억원 규모 회사채 차환 수요가 있어 다음달 다시 신고서를 제출하고 수요예측에 나설 계획이다.
단순 오기는 정정 공시를 내고 발행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주관사단도 정정을 거쳐 발행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주관사단이 금융감독원과 논의하며 금리 오기를 정정하고자 했으나 금융당국이 강경한 태도를 보여 무산됐다.
‘이례적 사태’의 중심인 주관사는 신한금융투자와 DB금융투자로, 두 회사가 그대로 다음달 공모채 발행도 진행한다. DB금융투자는 문제가 된 증권신고서 업무를 담당했고, 신한금융투자는 계약서와 실사 업무를 담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