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영구CB 모집에 3000억대 미매각
미래에셋證 등 주관사 떠안아…"예상못한 규모"
신기사까지 손 벌리며 실권주 영업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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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규모 영구 전환사채(CB)를 발행한 CJ CGV가 일반 청약에도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주관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3000억원 대에 이르는 미매각 물량을 떠안게 되면서 물량 처분을 위해 ‘다급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재확산 등의 우려로 시장의 투심이 싸늘한 가운데 주관사들은 채권 추후 매각 등 부담을 덜 여러 방안을 강구하는 분위기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CJ CGV가 18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 영구CB 일반 청약에서 부진한성적을 거뒀다. 총 166억원의 투자 수요를 모았는데, 구주주 청약 후 남은 3855억원을 공모로 모집하려고 했지만 대부분 소화하지 못한 것이다.
앞서 12일부터 13일까지 이뤄진 구주주 청약에서도 145억4400만원을 모으며 부진한 투심이 일반청약까지 이어졌다. CJ CGV가 이번에 발행한 제35회 영구CB 모집금액 4000억원 중 92%에 해당하는 3689억원의 미매각 물량이 발생했다.
미매각 물량은 주관업무를 맡은 증권사가 총액 인수를 하기 때문에 CJ CGV의 자금 조달에는 차질이 없다. 미매각 물량을 자기자본으로 인수하는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KB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주관사의 부담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이 62.5%의 인수 비율을 할당받아 약 2300억원의 실권주를 모두 떠안아야 한다.
예상보다 큰 대규모 실권주 발생에 주관사도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지난해 CJ CGV가 영구CB를 발행했을 때의 투심과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3000억원 규모의 CB 발행 당시 구주주 청약은 다소 부진했지만 일반 청약에서 크게 흥행했다. 일반청약 물량 2113억원 모집에 16조원에 이르는 투자 수요가 몰렸다. 지난해에도 미래에셋증권이 단독 대표주관사로 영구CB 발행을 도왔다.
이번 CJ CGV 영구CB는 메자닌으로는 드문 대규모 발행으로, 발행에 앞서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CJ CGV 측은 ‘리오프닝’에 기대를 걸고 조달에 성공해 재무건전성을 제고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공모 CB는 일반 투자자들도 들어가기 때문에 기관 부담이 적다는 점에서 주관사 입장에서 이점이 있지만, 증시 침체와 더불어 CJ CGV 영구 CB는 오버행 우려에 흥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미래에셋증권 측은 “이정도로 대규모 미매각이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이미 인수는 완료한 상황으로, 흔치 않은 경우라 회사 측에서도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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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주관사들은 기관 영업에 나서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크게 관심이 없는 분위기다. 가장 많은 물량을 떠안게 된 미래에셋증권은 미매각 물량을 소화하기 기관들을 중심으로 셀다운(재판매)에 나섰다. NH투자증권은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까지 손을 뻗으며 실권주 영업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신기사 등 운용사(GP·업무집행사원)는 기관투자자(LP)로 투자하지 않는데, 싸늘한 투심에 신기사까지 영업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에 나선 주관사들은 채권을 추후 매각하거나 구조화 상품으로 만드는 등 여러 방안을 추가로 고려하고 있다.
CJ CGV 영구CB에 대한 투심이 싸늘한 데에는 코로나 재확산과 금리상승에 따른 증시 불안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CJ CGV 주가는 2만1000원대로, 이번 CB 주식 전환가액인 2만2000원에도 못 미친다. 코로나 재확산세에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해 영구CB를 담았던 기관들도 이번에는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다. 기존 영구CB 물량도 시장에 많이 풀린 점도 부진한 투심에 영향을 미쳤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관사에서 CJ CGV CB를 담을 생각이 없냐고 연락을 돌리고 있다”며 “CGV CB는 작년부터 워낙 대규모로 발행을 해서 잊을만 하면 시장에 돌고 있을 만큼 이미 물량이 많아 소화가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