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들, 인수금융 "한투 제치자" 드라이브도
조정기에 증권사들 인력 이동·조직 정비 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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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조정기에 들어선 증권사들이 외부 인력 영입 등 전열 정비에 한창이다. 대형 딜(Deal)이 넘치던 지난해에 비해 '딜 기근'에 접어들자 인력 보강 등으로 IB(투자금융) 부문 강화에 나선 것이다. '리그테이블 반전'을 노리는 경쟁사들이 드라이브를 걸면서 인재 유출이 나타난 증권사들은 긴장감이 오르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KB증권의 기업금융부 부장급 인사를 영입키로 논의 중이다. 기업금융부는 커버리지본부 소속으로 공모채 발행 등 DCM(채권자본시장) 업무를 주로 담당한다. KB증권은 DCM 주관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곳이다. 실무진 ‘허리’를 담당하는 부장급 인사 이동으로 KB증권 내부에서도 추가 인력 이동 가능성이 관심사가 됐다.
신한금융투자의 커버리지부문 강화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금융투자는 2019년에는 삼성증권에서 권용현 기업금융본부장(상무)을 영입해 커버리지 강화 노력을 해왔다. 실제로 권 본부장이 LG에너지솔루션 IPO 딜을 소싱해오면서 올해 상반기 ECM 부문 성과가 난 바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DCM 부문 뿐만 아니라 ECM 부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신한금융투자는 ‘ECM(주식자본시장) 상위권을 지켜온' NH투자증권 ECM1부 부서장을 맡고 있던 서윤복 이사를 IPO(기업공개) 본부장으로 데려왔다.
이 같은 적극적인 외부 인사 수혈은 지난 3월부터 이어진 신한금융투자 GIB 총괄 김상태 사장의 IB부문 강화 노력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NH투자증권 서윤복 상무 등의 영입건 모두 김상태 사장이 직접 챙겼다는 후문이다. 김 사장은 '국내' 딜 소싱을 담당, 대기업과의 관계 형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DCM과 ECM 등 전통 IB부문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몇 년간 인력 유출 등의 이유로 굵직한 IPO 실적을 쌓지 못하면서 ECM 리그테이블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엔 전 부문 리그테이블 10위권 안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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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그간 좋은 성적을 내오던 증권사들은 긴장 상태다. 올초부터 의욕을 갖고 딜 소싱에 주력하던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이에 해당한다.
KB증권의 올해 목표는 '트리플 크라운'이었다. 올해 상반기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주관으로 ECM 리그테이블 1위를 차지했는데, ‘전통 명가’인 DCM 부문에서도 1등을 하면서 리그테이블을 석권했다. M&A 부문에서도 1위를 차지하겠단 포부다. 그러나 올초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 딜을 '총액인수' 방식으로 주선하다가 손실을 안게 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번 수수료수익은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 건으로 인한 손실 때문에 무의미해졌다"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한국투자증권도 올초 본부장 자리를 메우면서 공격적 영업에 나섰다가 금리 인상에 발이 묶였다. 올해 초 평균 4%였던 인수금융 금리는 불과 3개월 만에 6%를 넘어섰다. 인수금융을 주선하는 금융기관들의 실질적인 부담도 늘어난 셈이다. 총액인수(언더라이팅)를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인력 유출도 골칫거리다. 올해 들어 인수금융부서에서만 5명 정도가 퇴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회를 틈탄 ‘경쟁사 제치기’ 움직임도 포착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한국투자증권이 인상된 금리 때문에 인수금융 투자자산 셀다운(재매각)이 어려워진 상태다"라며 "이 기회에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기 위해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