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환율 3중고에 하반기 집중 과제는 '리스크 관리'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 가능성에 배당성향 저하될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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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분기 실적발표회에선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향후 건전성·배당 정책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하반기 경기둔화 전망으로 부실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어서다. 앞서 실적 시즌을 진행한 미국 은행업처럼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4대 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가 쌓은 대손충당금은 총 1조536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보다 대폭 늘어난 수준이다. KB금융의 2분기 신용손실 충당금 전입액은 3331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48.9%나 많았고 신한금융 역시 2분기 대손충당금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가 넘는다. 금융당국이 대출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 확대를 주문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하면서 금융리스크 대응을 위해 "금융지주가 스스로 1차 방어선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충분한 충당금과 자본 확충 등을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오는 9월부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만료되기 때문에 특히 금융회사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물가·금리·환율이 모두 치솟으면서 하반기엔 리스크 관리 강화에 더욱 고삐를 쥘 전망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 15일 하반기 집중해야 할 과제로 '리스크 관리'를 꼽았다. 신한은행장도 임원 대상 비공개 워크숍에서 하반기 금융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을 대비해 "리스크 관리에 힘써달라" 부탁했다고 알려진다. 가계·기업 등 채무자의 상환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이에 투자자들은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 및 배당성향 저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글로벌 대형 은행들은 추가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시장의 예상을 하회하는 실적을 내고 있다. JP모건은 추가충당금 적립 등으로 자사주 매입도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4대 금융지주의 2분기 실적 발표회(IR)에서 기관투자가들은 건전성 현황 및 향후 배당 정책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KB금융 IR에 참석한 한 투자자는 "미국 대형 은행도 자사주 매입을 중단하는 상황에서 KB금융의 주주친화정책이 계속될 수 있을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라며 "가이던스를 줄 수 있느냐"라고 물었다.
이에 서영호 KB금융 재무총괄(CFO)는 "지난 6월과 7월 해외 NDR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국내 주요 주주들은 배당금의 급속한 증가보단 꾸준한 증가를 원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라며 "현금 배당과 주식 매입을 포함해서 배당성향이 30%에 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미국 은행들이 배당을 중단했지만 이는 연방준비제도(Fed)가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뒤 은행별로 가이던스를 줬기 때문"이라며 "미국 사례를 한국에 적용하긴 적절치 않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한금융 IR에 참석한 한 투자자는 "주주환원정책과 성장성에 질문하겠다"라며 추후 자사주 소각과 매입 계획과 원화대출 증가 여력에 대해 질의했다. 주요 은행들의 가계대출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당 여력에 대한 의구심으로 해석된다.
이에 정상혁 신한은행 재무부문장(CFO)은 "정부의 안심전환대출 서비스로 선정된 은행들은 가계대출이 성장할 여력이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태경 신한금융 재무부문장(CFO)는 "중장기적으로 총주주 환원율 30%를 달성하겠다는 뜻은 여전히 유효하다"라며 "향후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 금융지주들은 상당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고 있어 오는 9월 말 대출상환·이자유예 지원 종료가 시스템 리스크로는 번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 측 관계자는 "현재 자산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봤을 때 대규모 충당금의 적립이 예상되진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측 관계자도 "꾸준하게 배당률을 높여 30%까지 올리려고 한다. 향후 배당을 확대하고 주주환원 정책을 추진하겠다"라고 했다.